SK건설이 터키 정부에서 추진하려는 18조 원짜리 이스탄불 운하 개발사업에 시선을 두고 있다.
SK건설은 터키에서 여러 사업을 수주하며 관계를 돈독히 다져왔는데 터키 운하 개발사업 수주전에 뛰어들게 되면 경쟁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4일 터키 언론 데일리사바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 기간에 SK건설을 비롯해 현대자동차와 삼성, LG, 한화큐셀, 대림산업, GS건설 등 국내 대기업의 고위급 임원들과 만났다.
데일리사바는 “이 기업들 상당수가 터키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며 “에르도안 대통령이 한국 투자자들과 터키의 협력을 강화하며 다른 분야에도 새 투자계획을 세워줄 것을 회의에서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3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대기업들과 차례로 만났는데 SK건설 고위급 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SK건설의 터키사업 전반을 놓고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SK건설 고위급 임원들은 에르도안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터키의 이스탄불 운하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였다고 데일리사바는 전했다.
이스탄불 운하 프로젝트는 2011년 당시 총리였던 에르도안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공약으로 제시한 대규모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이스탄불 앞바다인 마르마라해와 흑해를 연결하는 잇는 수로를 만드는 사업으로 전체 길이 45km, 폭 400m 규모로 건설이 추진된다.
터키 건설업계는 이스탄불 운하 개발사업의 규모를 약 160억 달러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데다 환경 파괴 문제와 토지 보상 등 해결해야 할 점도 많은 프로젝트다 보니 터키 현지에서는 ‘미친 프로젝트’라 부른다.
SK건설은 터키에서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며 쌓았던 신뢰관계를 토대로 이 사업에 적극적 의사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SK건설은 터키와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해저터널 공사를 2016년 말에 완공했다. 당시 에르도안 대통령이 직접 개통식에 참여할 정도로 관심이 컸다.
이 밖에도 터키에서 보스포러스 제3대교와 차나칼레 교량 건설사업 등을 국내외 건설사들과 함께 추진하고 있다.
차나칼레 교량 건설사업은 터키가 건국 100주년을 맞아 추진하는 사업으로 SK건설과 대림산업이 터키 현지기업 두 곳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스탄불 운하 개발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SK건설이 그동안 터키에 구축한 다양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터키의 인프라시장에서 또 성과를 낼 가능성이 보인다.
다만 터키 정부가 이스탄불 운하 개발사업을 민간투자사업 방식으로 추진하려는 점은 사업 참여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자가 직접 자금을 조달해서 건설하고 일정 기간 운영을 맡아 수익까지 남겨야 한다는 점에서 SK건설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SK건설이 전체 사업을 맡지 않고 교량 등 프로젝트 사업의 일부를 수주하는 형식으로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고 건설업계는 바라본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