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스마트폰도 PC처럼 조립하는 시대를 연다.
조립식 스마트폰이 저가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프리미엄 사양도 조립이 가능할 경우 애플이나 삼성전자도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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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래리 페이지 구글 CEO |
구글이 오는 14일과 21일 개발자회의를 통해 조립식 스마트폰인 ‘아라폰’ 공개한다.
구글은 이 자리에서 제품의 뼈대가 되는 ‘아라 모듈 개발자키트(MDK)’ 0.20 버전과 시제품을 공개한다.
아라폰은 최소 사양만으로 구성된 본체를 구입한 뒤 원하는 기능에 따라 부품을 사서 끼울 수 있는 조립형 스마트폰이다. PC 이용자들이 부품별로 구입해 조립형PC를 만드는 것과 유사하다.
업계에서 아라폰이 정식으로 출시되면 저가 스마트폰시장을 중심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라폰은 가격이 저렴하고 이용자의 취향에 맞게 스마트폰을 구성할 수 있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아라폰 본체의 가격은 50달러(5만5천 원)에 불과하다. 또 이용자 성향에 맞춰 특정기능만 강화할 수 있어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성능을 얻을 수 있다. 고장난 부품만 교체하면 돼 수리비용도 줄일 수 있다.
구글은 조립형 스마트폰에 태블릿PC ‘넥서스9’에 쓰이는 고성능 모바일 칩을 탑재하는 등 고가스마트폰시장도 염두에 뒀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라폰은 저가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으며 초고사양의 스마트폰 제작이 가능할 경우 삼성전자와 애플도 위협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구글이 아라폰사업에서 성공할 경우 제조업체를 통해 완제품을 구매하던 현재 생태계가 크게 바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와 부품사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욱 커지게 된다.
IT업계의 한 전문가는 “삼성전자 등 제조사들이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 벗어나려는 것처럼 구글도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하드웨어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싶어한다”며 “아라폰은 단순한 시장진출이 아니라 스마트폰 소비의 패턴 자체를 바꾸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라폰이 단기간에 큰 성공을 거두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많이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고객의 다양한 수요를 맞출 수 있도록 충분한 부품업체를 확보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존 제조사에 납품하던 업체들이 아라폰 부품제작에 참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본다. 또 소프트웨어와 달리 하드웨어 제조업은 신생기업이 쉽게 진입하기도 어렵다.
넓은 고객층을 만족시킬 수 있는 디자인을 개발하는 것도 과제다. 현재까지 공개된 디자인은 너무 단조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밖에도 보조금 중심의 휴대폰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국가에서 성공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연구원은 “구글이 아라폰사업에서 성공하려면 많은 부품업체들이 참여해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모듈부품들을 제공해야 한다”며 “단조로운 디자인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시도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