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2018-05-03 17:12:06
확대축소
공유하기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을 불구속기소했다.
전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했다는 논란을 빚고 있는데 여기서 고 조비오 신부에 관해 사자(死者) 명예훼손을 한 혐의를 받았다.
▲ 오월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오사모) 관계자들이 3월19일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전 전 대통령이 회고록으로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했다는 규탄 집회를 열어 화형식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뉴시스>
광주지검 형사1부(이정현 부장검사)는 회고록을 통해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전 전 대통령을 불구속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5·18 당시 계엄군 헬기의 기총소사가 실제로 존재했는데도 전 전 대통령이 이를 목격했다고 말한 조 신부의 주장을 거짓으로 몰았다는 것이다. 기총소사는 항공기가 저공 비행을 하면서 기관총 등으로 지상이나 해상에 있는 목표에 난사하는 것을 말한다.
생전 조비오 신부는 1980년 5월21일 광주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광주사태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는데 이를 봤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라며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썼다. 조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성직자가 아니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조 신부의 유족 등이 지난해 4월 광주지검에 전 전 대통령을 상대로 고소·고발장을 제출하면서 검찰은 그동안 헬기 사격 여부 등에 관한 사실 관계를 조사해 왔다.
조사를 위해 전 전 대통령에게도 소환을 통보했지만 전 전 대통령은 '무관하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보내오는 등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조사 과정에서 검찰은 47명에 이르는 헬기 사격 목격자의 진술, 국방부 5·18 특조위 조사, 주한미국대사관 비밀전문 등 객관적 자료를 통해 헬기 사격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에게 범죄의 고의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전 전 대통령이 당시 광주에서의 시위 진압 상황을 보고받은 점, 회고록을 발간할 때까지 헬기 사격을 증명하는 자료가 다수 등장했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조 신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점 등에 비춰 스스로의 주장이 허위임을 알면서도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다만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이 '5·18은 나와 무관하며 알고 있는 내용도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해 더 이상 소환조사를 할 실익이 없는 점, 이미 혐의가 인정될 뿐만 아니라 고령인 점을 고려해 불구속기소했다.
형법은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이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