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고가 스마트폰 '아이폰X'로 좋은 실적을 올리며 자신감을 찾아 하반기 출시하는 새 아이폰에도 고가 모델을 주력으로 앞세울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등 고가 아이폰의 핵심부품을 공급하는 기업들이 수혜를 볼 수도 있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일 "애플이 자체 회계연도 2분기(1~3월)에 좋은 실적을 냈다"며 "하반기 출시할 아이폰 신제품에도 판매 가격을 높이는 전략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의 2분기 아이폰 매출은 약 380억 달러(41조 원)으로 지난 회계연도 2분기보다 14% 늘었다. 아이폰 1대당 평균 판매가격은 728달러로 같은 기간 약 11% 올랐다.
미국 기준으로 999달러~1149달러의 가격에 판매된 아이폰X의 판매 비중이 늘어나며 매출과 평균 가격 상승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은 아이폰X이 출시 이후 계속 판매량 1위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고 밝혔다. 출시 초반부터 고가 논란을 빚은 것과 달리 실제 소비자들에는 계속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애플의 실적 부진을 예상했던 다수의 증권사들이 잘못된 판단을 인정했다"며 "애플과 아이폰에 대한 비관론이 힘을 잃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이폰X의 판매 성과는 애플의 올해 새 아이폰 출시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애플은 하반기에 아이폰X 후속으로 올레드패널을 적용한 고가 아이폰 2종을 출시하는 한편 소비자의 가격 부담을 고려해 가격을 낮춘 LCD 탑재 모델도 준비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X의 판매 부진 전망이 유력할 당시 증권사들은 애플이 LCD 아이폰을 주력으로 앞세우며 실적 타격을 만회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아이폰X의 실제 판매량이 견조한 수준으로 나타나며 고가 후속모델의 전망도 밝아졌다.
증권사 UBS는 미국 CNBC를 통해 "소비자들이 아이폰X을 지나치게 비싸다고 받아들일 것이라는 가설은 틀렸다"며 "아이폰 판매 가격에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애플 아이폰X에 적용된 듀얼카메라와 올레드패널. |
모건스탠리는 애플이 올해 아이폰 판매 가격을 낮추기보다 오히려 더 올리려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평균가격 상승으로 수요 둔화의 영향을 만회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의 이런 전략은 고가 모델에만 탑재되는 올레드패널과 듀얼카메라 등 고부가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들에 고무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도 애플의 올레드패널 공급을 독점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LCD를 탑재한 중저가 아이폰의 판매 비중이 높아지면 수혜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LG이노텍도 아이폰 고가 모델에만 탑재가 예상되는 듀얼카메라 공급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 듀얼카메라가 일반 카메라모듈보다 수익성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애플은 새로 출시하는 아이폰에 고가 부품을 늘려 기능을 강화하면서 가격도 높이는 전략을 이어갈 것"이라며 "당분간 판매전략에 변화를 추진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