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부회장이 어떻게 5년 뒤 현대중공업 매출을 2배로 키워낼까?
권 부회장이 최근 5년 뒤인 2022년 매출 70조 원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2018년 매출목표 37조 원의 2배에 조금 못미치는 수치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권 부회장은 현대중공업그룹을 첨단기술회사로 탈바꿈해 목표 달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 권 부회장은 4월1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첨단기술그룹으로 도약'을 내걸었다.
권 부회장은 올해 중순 안에 신사업 계획도 내놓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그가 구상하는 신사업의 키워드가 '스마트'라는 단어에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고 본다.
현대중공업은 2011년부터 1세대 스마트 선박 시스템을 개발해 지금까지 선박 300여 척에 이를 적용했다. 현재 주변 선박의 운항정보와 주변의 기상상황까지 분석해주는 2세대 스마트 선박 시스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부터 ICT기획팀을 조직하고 최고디지털책임자를 영입하는 등 스마트 선박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규제가 엄격해지면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선박 시스템을 향한 수요가 점점 더 늘어 스마트 선박은 성장성이 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마트 선박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무인 자율운항선박이다.
노르웨이 기업은 2018년 말 무인 자율운항선박을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범적으로 운항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적 해양선박기자재 전문회사인 롤스로이스도 무인화물선 등 최신 선박기술 개발에 힘쓰면서 이 부분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 애쓰고 있다.
첨단기술기업을 내세운 권 부회장이 주목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와 관련해 현대중공업이 롤스로이스 해양사업부 인수전에 참가할 수 있다는 보도가 블룸버그 등 외국언론에서 나오기도 했다.
조선소 공정 개선과 관련한 신사업도 권 부회장이 내건 스마트라는 키워드와 맞아 떨어진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노동집약적 조선소 공정을 개선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로봇을 도입했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로봇 공정을 더욱 확대하기로 했다.
다른 현대중공업그룹 주요 계열사에서도 지난해부터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현대일렉트릭은 정보통신기술을 에너지 관리 시스템에 적용했고 현대건설기계는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해 공장 자동화를 이루고 기술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권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현대중공업지주가 로봇사업 등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이런 변화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자동화와 인공지능 등에 특화되어 있어 그룹 전체를 스마트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중심축이 될 수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신사업과 관련해 구체적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신사업 발표 시기도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현대중공업그룹의 미래와 관련해 과거 선배 경영인들의 실패를 늘 되새긴다고 한다.
▲ 현대중공업이 선박 건조작업에 도입하는 로봇 장비. |
권 부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신사업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잘할 수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이투자증권 인수와 태양광사업 진출을 아픈 기억으로 꼽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08년 CJ그룹으로부터 하이투자증권을 사들인 뒤 지금까지 1조 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었지만 영업이익은 갈수록 쪼그라들었다. 하이투자증권의 영업이익은 2008년 약 354억 원에서 10년이 지난 지금도 141억 원 정도에 그친다.
태양광사업도 2010년 이후 중국기업들의 물량공세로 공급 과잉이 지속되면서 곧바로 타격을 입었다.
태양광전지와 모듈 등을 생산하는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는 최근 5년 동안 두 해를 빼놓고 계속 영업손실을 봤다. 또 다른 태양광계열사인 현대아반시스는 업황 악화에 타격을 받아 2013년부터 가동을 중단했다.
권 부회장은 2014년 9월 현대중공업 사장에 취임하며 "초심으로 돌아가 미래를 보자"고 말한 적이 있다. 권 부회장은 요즈음 그 말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