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환구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이 노사관계를 놓고 딜레마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2022년까지 매출 70조 원 달성과 함께 첨단기술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첨단기술기업으로 체질을 바꾸려면 공정 자동화, 고용 유연화에 따른 감원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직원들을 강제로 내보내면 노사관계가 나빠지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노조와의 협력도 필수적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강 사장이 현대중공업에서 희망퇴직을 신청 받으면서 노조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노조)에 따르면 4월 실시된 희망퇴직 접수에서 신청인원은 모두 500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중공업이 과거 여러 번 실시한 희망퇴직에서 이미 5700여 명을 내보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강 사장은 2016년 10월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에 오른 뒤 처음으로 희망퇴직 작업을 주도했다. 현대중공업은 2015년과 2016년 수차례 희망퇴직을 시행했지만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부회장이 당시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를 맡아 추진한 일이다.
수주절벽에서 버티기 위한 조치였지만 희망퇴직 작업에는 후유증이 따른다.
노조는 강 사장과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등 회사 측이 고용과 관련해 노조와 협의하겠다는 약속을 어겼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고용안정 △강제 희망퇴직 반대 △2018년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면서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해 놓았다. 이제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 조정을 신청한다면 열흘 뒤면 곧바로 파업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현대중공업이 노조 파업 등으로 조업을 이어가는 데 차질을 빚는다면 신규 수주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 뻔하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1분기에도 수주목표의 9.8%를 달성하는 데 그치면서 신규 수주에서 순항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인력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자주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선박 건조원가를 줄이려면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전 세계적으로 선박 건조원가에서 원자재와 부품의 비중은 비슷하기 때문이다. 중국 등 해외 조선사는 값싼 인건비를 앞세워 저가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최근 ‘조심하라, 로봇조선소가 다가오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현대중공업이 공정시간을 단축하고 숙련공 수를 줄이기 위해 2019년부터 로봇을 더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현대중공업은 선박 건조원가를 낮추기 높이기 위해 사물인터넷, 자동화 기술을 활용해 선박 전면과 후면 외관을 성형하는 로봇을 도입했다. 현대중공업은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로봇 공정을 확대하기로 했는데 이는 추가 감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업황 변동성이 커지면서 고용 유연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여겨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감원기조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노조는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질 때마다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고용안정을 핵심 정책으로 여기면서 노조는 현대중공업의 인력 구조조정 문제를 정치권에서 쟁점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렇다고 강 사장이 노조에 완전히 등을 돌리기도 힘들어 보인다. 노조의 협조가 없다면 현대중공업은 잦은 분규로 경쟁력 약화를 겪게 돼 매출 70조 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어려워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