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한국철도공사 사장에 취임하면서 “낙하산 인사” 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최성규 전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과 팽정광 전 한국철도공사 사장 등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제치고 ‘철도 문외한’인 오 사장이 한국철도공사 사장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오 사장은 취임 직후 한국철도공사 해고자를 복직하고 조직을 개편하는 등 한국철도공사 틀을 다시 잡는 데 애썼다.
과감한 실행력으로 산재한 현안들에 정면으로 부딪혀 왔는데 이제 남북 철도 연결의 꿈 앞에 섰다.
오 사장은 여러 번 남북 철도를 연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취임사에서 남북 철도와 대륙 철도 진출을 중점과제로 제시했고 3월 초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남북 철도 시대를 열기 위해 남북 철도 연결사업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논의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남북 철도 연결사업의 초석도 마련했다. 3월2일 실행한 첫 조직개편에서 남북해외철도사업단을 구성하고 산하에 남북대륙사업처를 뒀다.
3월15일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철도발전협력단을 발족하면서는 철도발전협력단의 주요 업무로 남북철도 및 유라시아 철도 연결을 제시했다.
27일 발표된 판문점 선언은 오 사장의 이런 노력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에서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간다’는 내용을 명문화했다.
철도사업은 남북 경제협력업 가운데 가장 조속히 추진할 수 있는 사업으로 꼽힌다. 철도 인프라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철도는 북한의 주 운송주단으로 여객과 화물의 수송 분담률이 각각 74.8%, 90.7%에 이른다. 남북 경협사업에서 철도 현대화와 남북 철도 연결을 추진하면 북한에도 크게 이득이 될 수 있다.
통계청이 2018년 발표한 2017 북한의 주요통계지표에 따르면 북한 철도총연장 길이는 5226km로 남한의 3918km와 비교해 1.3배 길지만 속도는 시속 15~50km에 불과하다.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에서 “평창 올림픽에 갔다 온 분들이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합의가 잘 된다면 남과 북을 가로지르는 고속열차가 개통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고속열차 기술을 북한에 도입될 수도 있는 셈이다.
오 사장에게 주어질 첫 번째 과제는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경의선을 현대화하고 끊어진 강릉~제진 철도를 건설하는 것이 될 공산이 크다.
10.4선언의 합의사항에 문산~개성 구간에 철도화물 수송을 연결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어 우선적으로 이미 건설돼 있는 경의선을 개·보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산~개성 구간 경의선 화물열차는 2004년 완공돼 2007년과 2008년 사이에 운행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에 담긴 동해권밸트 구축을 위해 끊어진 강릉~제진 구간을 다시 연결할 가능성도 크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등 러시아와 유라시아로 넘어가는 철도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부산에서부터 시작해 북한을 관통하는 동해권 노선이 완비돼야 하기 때문이다.
오 사장은 최근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사장단 회의에 참가해 한국의 국제철도협력기구 가입을 강력하게 요청하는 등 한국철도공사의 비전을 대륙 철도 연결로 확대했다.
오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불거진 낙하산인사 논란에 “결과로 말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한때는 ‘철도 문외한’으로 배척되던 오 사장이 북한을 지나 러시아와 유라시아 대륙으로 향하는 대륙 철도의 꿈에 벅차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