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아산이 대북사업 재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11년 만에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됐고 북미 정상회담까지 조만간 열리면서 유엔의 대북제재가 풀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던 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던 순간을 생중계로 지켜보던 현대아산 임직원들의 소회가 남달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아산은 27일 회담 결과 발표 이후 “남북경협을 선도하는 기업이라는 모토 아래 멈추지도 흔들리지도 않고 담담하게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현대아산은 2013년부터 ‘남북 경협 재개 추진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면서 언제든지 여건이 되면 2개월 안에 금강산 관광사업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준비도 마쳐놓았다.
현대아산은 1988년부터 금강산 관광사업을 통해 대북사업을 펼쳤으나 2008년 7월 관광객 피격사건이 터지면서 사업이 전면 중단됐다. 10년 넘게 이름만 유지하면서 지난해까지 1조5천억 원을 넘는 매출 손실을 봤다. 1천 명을 넘던 임직원도 지금은 불과 150여 명만 남았다.
그러나 현정은 회장은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뒤에도 매년 신년사를 통해 대북사업 재개를 향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관광객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금강산 관광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8월15일로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금강산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 역시 현대아산의 희망에 불을 지핀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은 2015년 10월 금강산에서 이뤄진 이산가족 상봉 이후 3년 만이다.
이산가족 상봉 규모와 장소, 기간 등을 정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 회담이 이르면 5월 열릴 것으로 보이는데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진행됐던 금강산이 유력하다. 금강산은 남과 북이 합의해 설치한 이산가족면회소가 있는 유일한 장소인 데다 그 상징성도 크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최근 몇 년 동안 숨가쁘게 구조조정을 이어왔는데 이런 현대그룹을 받치고 있는 곳은 사실상 현대엘리베이터뿐이다.
특히 현대상선이 2016년 현대그룹에서 40년 만에 떠난 점이 뼈아프다. 현대상선과 현대아산은 현대그룹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회사들이었다. 알짜 기업인 현대엘리베이터가 남아있지만 현대그룹의 정통성을 잇는다는 면에서 보면 현대아산의 의미는 더욱 커진 셈이다.
현대아산은 정주영 명예회장의 호를 딴 기업이자 대북사업 의지를 물려받은 곳이다.
개성공단 재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판문점 선언에서 당장 개성공단 재개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남북이 개성에 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한 점을 놓도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27일 "자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아산은 개성공단이 폐쇄되기 전까지 공단에서 호텔과 면세점, 식당, 주유소 등 지원시설을 운영해 왔다.
특히 무산됐던 개성공단 2단계 건설사업을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 현대아산은 과거 개성공단에서 공장구역 150만 평과 생활·상업·관광구역 100만 평 규모의 2단계 건설사업을 구상 중이었으나 측량만 끝낸 상태에서 좌절됐다.
이런 기대감은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비상장 회사인 현대아산 주가는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장외주식시장 K-OTC에서 3월 중순까지만 해도 2만 원대였으나 4월 중순 이후 5만 원대 안팎을 오가고 있다.
현대아산의 최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 주가 역시 3월 5만 원대였으나 23일 장중 한때 11만 원대를 넘기도 했다. 27일 주가는 9만3900원으로 장을 마쳤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