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팀 쿡 애플 CEO를 비공개로 백악관에 초대해 만났다.
중국과 미국의 무역분쟁으로 불안한 처지에 놓인 애플을 겨냥해 미국에 공장 투자 등을 논의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와 팀 쿡 애플 CEO. |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팀 쿡 CEO는 25일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백악관을 방문했다. 회담이 진행된 이유와 구체적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쿡 CEO와 만나기 전 트위터를 통해 "미국이 여러 국가와 맺은 불균형한 무역관계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점을 볼 때 무역정책과 관련한 내용이 오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정부는 4월 초 중국에서 수입되는 약 1300개 품목에 높은 관세 부과를 결정하며 최근 계속되고 있는 무역분쟁에 불을 지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의 관세 대상 품목에 스마트폰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중국과 대만을 중요한 시장으로 두고 있는 애플에는 무역관계 악화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아이폰 대부분을 중국에서 위탁생산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무역 제재를 강화하며 스마트폰도 대상에 포함할 가능성이 있어 애플은 불안한 처지에 놓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팀 쿡과 무역정책에 관련된 내용을 논의하며 이를 빌미로 애플의 미국 공장 설립을 압박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팀 쿡과 전화통화 뒤 "미국에 큰 공장 몇 개를 세우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애플은 이런 내용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미국에 아이폰 생산공장을 세우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 중요한 업적이 될 것"이라며 "팀 쿡 CEO는 여전히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의 세금과 관련한 내용도 논의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애플은 270조 원이 넘는 현금을 대부분 미국 외 국가에 쌓아두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미국으로 들여오라고 압박하고 있다.
애플이 미국으로 현금을 들여오면 약 3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미국 정부는 기업들이 현금을 미국으로 들여오도록 한시적으로 법인세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팀 쿡 CEO와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부터 애플의 미국 공장 설립과 이민자 정책, 개인정보 보호 등 문제를 놓고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1분기에 미국 정부에 로비활동 자금으로 약 23억 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