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의 귀재.”
우오현 삼라마이다스(SM)그룹 회장을 두고 시장에서 나오는 말이다.
과거 STX그룹 등 여러 중견그룹들이 기업 인수에 속도를 내다가 업황 불황을 견디지 못해 그룹 자체가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일도 비일비재했지만 우 회장의 SM그룹은 다르다는 평가도 받는다.
우 회장이 SM그룹을 통해 인수한 수많은 기업들은 SM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이한 뒤 대부분 흑자 전환에 성공한 뒤 현재까지도 건실한 기업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싼 값에 우량한 회사를 인수해 회생할 수 있는지’ ‘인수한 뒤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아도 운영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등 두 가지 원칙만으로 기업 인수를 검토한다는 우 회장의 철학은 SM그룹을 준대기업집단에 올리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쉴 새 없는 인수합병으로 단기간에 몸집을 불리면서 동시에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데는 소홀했던 것으로 보인다.
SM그룹은 2017년 11월 말에 순환출자고리를 모두 185개 보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된 순환출자고리의 3분의 2가량을 SM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우 회장이 SM그룹에 소속된 여러 계열사들을 인수합병에 한꺼번에 동원하는 방식의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에 순환출자고리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SM그룹의 순환출자고리와 관련해 “시장 감시와 자발적 노력을 통해 순환출자고리를 상당 부분 해소하기 바란다”며 압박했다.
우 회장의 고심이 컸을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SM그룹이 사세를 확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 나름의 인수합병 방식이 있었는데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작업에 매진하면 몸집 불리기에 급제동이 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수합병뿐 아니라 지배구조 단순화에도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었던 것일까?
공정위는 SM그룹의 순환출자고리가 20일 기준으로 27개로 줄었다고 밝혔다.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압박한 지 반 년도 안돼 160개에 가까운 순환출자고리를 끊어낸 것이다.
우 회장은 지분관계가 얽혀 있는 계열사들을 적극적으로 합병하는 방식으로 순환출자고리 해소에 나섰다.
동아건설산업의 우방건설 흡수합병과 우방건설산업의 SM상선 흡수합병, 산본역사의 성우종합건설 흡수합병 등이 인수합병 속도 만큼이나 빠르게 진행됐다.
SM그룹이 2017년 말 기준으로 보유한 계열사 78곳 가운데 3곳을 제외한 나머지 75곳이 비상장기업이라 흡수합병을 추진하는 데 속도를 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우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나 SM그룹 계열사들이 지분을 들고 있어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에서 외부 간섭을 거의 받지 않고도 흡수합병을 추진할 수 있다.
우 회장은 앞으로도 계열사의 흡수합병에 속도를 내 나머지 20여 개의 순환출자고리를 서둘러 해소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우 회장이 ‘인수합병의 귀재’에 더해 ‘지배구조 개편의 귀재’라는 말까지 들을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