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토교통부 내부에 쌓인 적폐를 뿌리뽑을 수 있을까?
국토교통부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진에어 등기임원 재직 문제를 걸러내지 못한 것을 놓고 대한항공과의 유착관계가 여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김 장관은 서둘러 내부 감사에 들아가며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 데 나섰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19일 MBC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에 나와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 계기로 국토교통부와 대한항공의 유착관계가 많이 개선됐다고 보지만 아직 끊지 못한 유착관계가 있다는 정황들이 여러 가지로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전무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6년 동안 진에어 등기임원으로 재직했다는 사실을 국토교통부가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토교통부와 대한항공의 유착관계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17일 “2016년 10월 전까지는 항공면허 조건을 지속하는지 점검하는 규정이 없어 조 전무의 사내이사 재직 여부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항공사업법과 항공안전법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가 이를 몰랐다는 말로 둘러대는 것은 직무유기가 아니냐는 말이 곳곳에서 나온다.
아직 국토교통부 안에 칼피아 문제를 바로잡지 못해 국토교통부가 애매모호한 태도로 상황을 모면하려고 한 것으로 의심하는 시각이 있다. 칼피아는 대한항공의 영문이름인 KAL과 마피아를 결합한 단어로 대한항공 출신 국토교통부 공무원 가운데 대한항공과 유착관계를 지닌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칼피아 논란은 2014년
조현아 현 칼호텔네크워크 사장의 땅콩회항 사건 때 처음으로 불거졌다.
검찰은 당시 국토교통부 조사관 김모씨가 국토교통부의 땅콩회항 사건 조사내용을 대한항공에 수시로 알려준 것으로 조사해 김 조사관을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조사관은 대한항공 객실승무담당 임원인 여모 상무와 30여 차례 통화하고 10여 차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으며 땅콩회항 사건의 조사내용과 진행상황 등을 수시로 흘렸다.
김 조사관이 국토교통부에서 일하기 전에 대한항공에서 15년 동안 몸담았기 때문에 대한항공 임원에 내용을 알려줄 수 있었다. 김 조사관은 여모 상무와 두터운 친분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의 항공기 문제부터 경영활동에 불법은 없는지 전반적으로 감시해야할 관리감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 대한항공 출신 직원들이 일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칼피아 문제가 크게 부각됐다.
국토교통부는 서둘러 항공안전특별위원회를 구성해 2019년까지 대한항공 출신 항공안전감독관의 비중을 2015년 88% 수준에서 2019년 50% 미만으로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칼피아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항공사들을 감독하는 국토교통부 항공안전감독관 가운데 70%가 대한항공 출신이다.
조현민 전무의 불법 등기이사 재직 논란을 칼피아 문제와 연관시켜 보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대한항공 출신 직원들이 국토교통부에 많기 때문에 대한항공과 관련한 기업들의 관리감독에 상대적으로 소홀하거나 우호적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현미 장관은 과연 칼피아 문제에 어떤 해답을 제시할까?
김 장관은 20대 때부터 정치활동을 시작해 30년 넘게 정치권에 몸담았다. 국회의원을 모두 세 차례 하면서 여당과 야당 안팎에서 ‘강골 의원’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뚜렷한 소신을 지닌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주가조작 사건을 조사할 진상조사팀 일원으로 활동하는 등 의혹이 제기된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 데 물러섬이 없다는 평가도 받았다. 인터넷 동영상서비스 사이트 유튜브에 올라온 김 장관의 단호하고 결기찬 의정활동을 담은 영상에는 '걸크러시
김현미'라는 댓글이 달릴 정도다.
김 장관이 “국토교통부 항공산업과를 철저히 감사하고 감사결과에 따라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