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 와우)’에서 ‘드루이드’는 자연을 사랑하는 종족인 ‘나이트엘프’와 ‘타우렌’의 정신적 지도자다.
댓글 조작 논란의 주인공 김동원씨의 인터넷 필명은 ‘드루킹’이다. 김씨의 와우 속 캐릭터의 직업 역시 드루이드다. 그는 드루이드들 가운데서도 또 최고가 되고 싶었던 걸까.
▲ 드루킹 김동원씨(맨 오른쪽).
18일 청와대는 ‘드루킹 사건’을 두고 수사당국에 철저한 조사를 요청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우리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반면 정의당을 제외한 야당들은 댓글조작의 배후에 청와대와 여당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씨는 1969년에 태어났는데 ‘드루킹의 자료창고’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네티즌 논객이다.
그가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2016년 탄핵정국부터이지만 그 전에도 인터넷 정치 커뮤니티에서 이름을 알려왔다.
2000년대 초중반 친노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인 ‘서프라이즈’에서 ‘뽀띠’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며 인지도를 쌓기 시작했다.
2009년부터 블로그를 운영해 2009년과 2010년 연속으로 네이버에서 선정한 ‘파워블로거’에 뽑히기도 했다. 국내 정치동향이나 국제정세를 분석하는 글들이 주를 이뤘다.
블로그를 통해 명성이 다소 쌓이자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이라는 이름의 카페를 개설했다. 김씨는 “소액주주운동 등을 통해 경제민주화를 이루자”는 주장을 펼치며 회원을 모았고 500여 명이 모였다.
이 모임은 점점 변질돼 갔다. 김씨는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현 여권 성향의 정치인들과 계속 접촉했다. 경공모의 이름으로 열리는 강연회에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 유명 정치인들을 초대하기도 했다. 정치인들은 김씨의 과시욕을 충족하기 알맞은 상대였던 셈이다.
경공모 회원이었다는 네티즌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드루킹이)자기 활동의 정당성을 증명하고 과시하려고 정치인들을 끌어들인 거라고 본다”며 “제가 보기엔 어떻게든 줄을 대려고 일방적으로 (정치인들에게 연락을)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김씨는 ‘친문’ 성향이었는데 19대 대선 뒤 ‘친 안희정’으로 노선을 바꾸고 ‘안희정 대통령 만들기’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김씨가 구속되기 이전부터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경공모에서 안희정 관련 기사에 조직적으로 댓글을 달고 있다’는 제보가 올라오기도 했다.
김씨의 주장은 점점 황당해져갔다.
JTBC '뉴스룸'에 출연한 한 경공모 회원은 "(김씨가) 소액주주운동을 통해 대기업을 인수하고 싶어했다"라며 "원래 처음 목표는 국민연금 이사장이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더 나아가 “2017년~2022년 사이 발생할 대지진으로 일본이 침몰할 것”이라며 “이를 대비하기 위해 오사카 총영사를 우리 모임(경공모)에서 배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리 모임에서 해상자위대를 인수해 중국 내전에 투입해야 한다”는 허황된 주장도 서슴치 않았다.
오사카 총영사 추천이 거절당하면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경공모 내부에서는 ‘청와대가 안희정을 날렸다’는 식의 음모론도 심심치 않게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김씨와 동료들은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의 추천 수를‘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조작하다 적발되어 구속수됐다. 검찰은 17일 김씨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 이후 드루킹 김씨는 국회의 모든 이슈를 덮어버리는 블랙홀이 됐다.
김씨가 즐겨했던 게임 와우의 드루이드는 고대 켈트 사회의 사제집단 드루이드에서 모티프를 빌려온 것이다. 와우의 드루이드와 마찬가지로 고대 켈트의 드루이드들도 사제와 정치 고문을 겸하는 부족의 두뇌와 같은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