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최근 미국과 무역분쟁 뒤 '반도체 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목표는 반도체의 자급이다.
중국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의 중국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
19일 외신을 종합하면 중국이 미국 기업에서 반도체와 IT기술 등을 들여오기 어려워지면서 자체 기술력으로 이를 대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의 수출 금지 조치는 중국이 반도체 자급 목표를 이루는 데 촉매제가 되고 있다"며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정부 지원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상무부는 16일 중국 스마트폰업체 ZTE가 퀄컴 반도체 등 미국산 부품을 수입해 탑재할 수 없도록 하는 제재를 내렸다. 중국 IT업체를 상대로 한 추가 무역보호조치도 검토되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정부는 중국 IT산업에 타격을 입히려 하고 있지만 이는 근시안적 결정"이라며 "중국은 이미 이런 상황을 예상해 반도체사업 기술 역량을 충분히 키워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과 무역 분쟁이 본격화하던 3월 말부터 중국 반도체기업에 앞으로 5년 동안 법인세를 완전히 면제해주고 6년째부터 10%의 관세만을 부과한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그동안 중국 반도체기업들은 정부 지원을 받아 연구개발과 시설투자에 200조 원 이상을 들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 차이나뉴스는 미국 정부의 제재가 중국 반도체기업의 기술 추격 목표를 자극하고 있다며 수입산 반도체에 의존하던 제조사들도 해외 기업 의존도를 대폭 낮추려 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해외 부품업체에 의존도가 높은 분야에서 완전한 자급체제를 이루겠다는 목표로 중국 주요기업들에 막대한 투자 지원과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반도체기업의 공정 기술이 발전할수록 지원금 규모도 수조 원 단위로 늘리고 있다. 이는 중국 기업들이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에 나서도록 하는 강력한 유인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반도체 자급 목표가 앞당겨지는 것은 전체 해외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20% 안팎에 이르는 한국 경제 전반에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의 최대 수출국이다. 반도체 자급기반 확보 목표를 계획대로 이뤄내면 정부 차원에서 수입 물량을 제한하는 정책을 쓸 공산이 크다.
중국이 실제로 해외 반도체 기업과 거래를 단절할 만큼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를 놓고 증권사들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 중국 YMTC의 3D낸드 메모리반도체 공장. |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술력이 검증되지 않은 중국 반도체기업의 진입은 의미있는 리스크가 아니다"며 "2020년 이후부터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국업체들은 반도체에서 수익을 내기보다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양산을 앞당기고 있다"며 "올해부터 시장 진입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반도체 굴기를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은 한국 반도체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브리핑에서 "중국 경쟁업체가 210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투자와 인력으로 한국을 추격하고 있어 산업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3월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총회에서 "중국의 반도체산업 육성으로 마음 편하게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며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응하는 전략이 한국 반도체산업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