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미국암학회(AACR)에 대거 참가해 개발하고 있는 항암 치료제 신약을 소개했다.
이들은 이번 미국암학회와 6월 열리는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 참석을 통해 글로벌제약사에 신약 기술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현지시각으로 14일부터 18일까지 시카고에서 열린 ‘2018 미국암학회’에서 한미약품과 유한양행, 신라젠 등 국내 유수의 제약과 바이오기업이 참석해 항암 신약물질을 소개했다.
미국 암학회는 1907년 11명의 과학자가 코넬대학에 모여 처음 시작한 현존 최대 규모의 암 연구 관련 학술 행사로 70개국에서 2만여 명이 방문하는 대규모 행사다.
한미약품은 이번 미국 암학회에서 신규 개발에 착수한 항암 신약 후보물질 3종을 소개하며 동물을 대상으로 한 전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한미약품이 공개한 항암 신약 3종은 급성골수성 백혈병치료제 ‘HM43239’, 간암 치료제 ‘HM81422’, 소세포폐암 치료제 ‘HM97211’다.
HM43239는 ‘FLT3’ 효소의 돌연변이를 억제하는 약물인데 기존 FLT3돌연변이 억제제보다 약물 내성이 개선됐다. 한미약품은 HM43239를 놓고 올해 상반기 안에 임상 1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HM81422와 관련해서는 암 성장과 증식에 관여하는 섬유아세포 증식인자 수용체 FGFR4의 작용기전 및 이를 억제하는 항암 효과를 확인한 전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HM97211은 세포폐암을 치료할 수 있는 항암 신약이다. 폐암은 암세포 크기에 따라 비소세포폐암과 소세포폐암으로 나뉘는데 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의 10~15%가량을 차지한다. 소세포폐암은 가장 악성도가 높고 현재 표적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한미약품은 또한 미국 제약기업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 신약 ‘포지오티닙’이 폐암뿐 아니라 다른 암에도 효과가 있다는 전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기존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2상 중간 결과도 아주 우수했다고 소개했다.
권세창 한미약품 대표이사는 “이번 포지오티닙 임상 결과를 통해 난치성 암 치료분야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며 “포지오티닙이 글로벌 혁신신약으로 빠르게 개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한양행도 현재 개발하고 있는 비소세포폐암 신약 ‘YH25448’을 소개하기 위해 이번 미국 암학회에 참가했다.
YH25448은 아스트라제네카의 3세대 폐암 치료제인 타그리소의 경쟁약물로 평가받고 있다.
유한양행이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YH25448의 비임상연구 결과 약효반응과 뇌전이를 막는 효능에서 타그리소보다 우수한 결과를 보여줬고 안전성도 뛰어났다.
연구를 주도한 조병철 연세대 의대 교수는 “다국적 제약사에서 개발되고 있는 3세대 EGFR-TKI 제제 폐암 치료제보다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 결과만 놓고 보면 임상에서도 매우 긍정적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펴악했다.
신라젠 역시 개발중인 항암바이러스 치료제 ‘펙사벡(JX-594)’의 동물실험용 약물인 ‘mJX-594’과 관련한 신장암 대상 전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신라젠은 이번 발표에서 “전임상 연구결과 신장암에 걸린 쥐에 mJX-594와 항암제 PD-1억제제·CTLA-4억제제를 함께 투여했는데 종양이 완전히 소멸하는 상태를 의미하는 ‘완전 관해’와 쥐의 생존력이 늘어나는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에이치엘비도 참가했다.
에이치엘비는 자회사 LSKB를 통해 항암제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을 추진하고 있는데 다른 면역항암제와 리보세라닙을 병용해서 사용하면 항암 효과를 높인다는 전임상 데이터를 발표했다.
바이오리더스도 미국 암학회에서 현재 개발하고 있는 자궁경부전암 치료제 ‘BLS-H01’ 임상2b상 결과를 발표했다.
젠큐릭스도 참가해 ‘진스웰 BCT’와 관련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진스웰 BCT는 조기 유방암 환자 가운데 항암제 치료가 필요한 사람을 선별하는 국내 최초 유방암 예후를 예측하는 진단 제품이다.
케이피엠테크 자회사 에이비온도 현재 개발하고 있는 위암 항암제 신약 ‘ABN401’의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에이비온은 올해 하반기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ABN401 임상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미국 암학회에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대거 참석한 것을 놓고 개발 중인 신약을 글로벌제약사에 기술수출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수출 노력은 6월 열리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더욱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암학회는 학술적 연구 성격이 다소 짙어 동물을 대상으로 한 전임상 결과가 주로 소개된다”며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자료가 대거 공개되기에 기술수출 논의가 진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