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암호화폐 거래소 자율규제 심사 계획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시스> |
미국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나눴다.
우선 순위에 따라 1단계는 생리적 욕구이고 안전, 소속, 존경의 욕구가 뒤를 따르며 마지막으로 5단계가 자아실현이다.
요컨대 사람은 배가 불러야 행복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매슬로우는 죽기 직전 “이 피라미드는 거꾸로였어야 옳다”며 스스로의 이론을 뒤집었다.
자아실현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고 근원적 욕구라는 것이다.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 역시 현대인에게 가장 중요한 행복의 조건은 자아실현이라고 말한다.
그가 17일 블록체인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협회 자율규제안을 내놓은 것도 이런 생각과 맞닿아 있다.
전 위원장에 따르면 불록체인 기술은 ‘자아실현에 몰두할 수 있는 사회’를 낳을 가장 중요한 키다. 전 위원장은 최근 생각표현연구소와 인터뷰에서 “블록체인 기반의 거래구조가 사람을 생존의 부담에서 벗어나게 해주면서 인간은 자아실현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블록체인 기반의 세상을 블록체인 대륙, 이른바 ‘블대륙’이라고 부른다.
블대륙은 다양한 가치를 가상화폐에 저장해 직접 물물교환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정교한 자산 분배가 가능하며 소득 불균형같은 기존 금융시스템의 불합리함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신뢰다. 거래 당사자들 사이에 믿음이 있어야 중앙기관이나 제3자를 거치지 않고서도 서로 정보를 나누고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위원장이 주도한 이번 자율규제안 역시 가상화폐 거래소 이용자 보호와 보안을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다. 블록체인협회는 5월부터 회원사들이 자율규제안을 제대로 준수하는지 심사하고 요건을 갖추지 못한 거래소에는 보완을 요청한다.
ICO(가상화폐 공개)에 관한 자율규제안 마련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전면 금지돼 있지만 전 위원은 가상화폐 공개를 통한 투자금 유입은 블록체인 기술 촉진에 필수적이라고 본다.
전 위원장은 17일 규제안을 발표하면서 “블대륙을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나라 경제가 달라지는데 우리나라는 손을 놓고 있다”며 “자율규제를 만들어 정부에 게임의 룰을 명확히 해달라 요청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전 위원장은 늘 ‘우리가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까’라는 질문을 가슴에 안고 산다고 말해왔는데 그 답을 블록체인 기술에서 찾고 있는 셈이다.
그의 삶은 다소 별나다. 행복을 찾기 위한 것인 듯 이리저리 종횡무진하며 살았다.
청년 시절 단돈 100만 원으로 ‘픽셀시스템’을 창업한 벤처 1세대였고 장년에는 한글과컴퓨터 대표를 맡아 파산 위기에 놓인 회사를 살려냈으며 중년에 교수를 거쳐 새누리당 국회의원으로 일했다.
취미는 노래와 기타다. 고등학교 때 록밴드 일원이었는데 의원 시절 다시 기타를 잡고 록밴드 ‘인드키’를 결성해 앨범까지 내놓았다.
당시 전 위원장은 “행복이란 무엇보다 꿈이 마음껏 발휘될 때인데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현실히 안타깝다”며 “진정한 행복을 찾아 미래로 나아가는 내용을 담아 앨범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묘비명도 일찌감치 적어놨다고 한다. ‘나의 작은 날갯짓이 언젠가 태풍이 될 거라는 사실을 늘 기대하며 사는 사람’이다.
이제 노년을 앞두고 ‘블록체인 대륙’에 깃발을 꽂는 데 혼신을 다하고 있다.
물론 블록체인협회를 놓고 비판도 없지 않다. 회원사가 23개에 불과해 영향력에 한계가 있는 데다 가상화폐 상장의 부작용 등을 놓고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날갯짓은 원래 처음에 서투른 법이다.
‘하다 보니 되더라, 꾸준하니 늘더라, 미치도록 좋아하니 절정이더라,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이더라.’ 전 위원장이 직접 쓴 노래 ‘행복하더라’ 가사의 구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