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그룹 오너일가가 직·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계열사들의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 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농심그룹은 내부거래 비중을 지속적으로 낮춰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해소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실현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 신동원 농심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신동윤 율촌화학 대표이사 부회장(가운데), 신동익 메가마트 대표이사 부회장. |
15일 농심그룹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오너일가 지분율이 높은 농심그룹 계열사들이 내부거래 비중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농심미분은 지난해 농심그룹 계열사들과 거래를 통해 매출의 41.6%를 거둬들였다. 2016년보다 내부거래 비중이 10.3%포인트 낮아졌지만 여전히 내부거래 비중이 공정거래법상 기준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기업집단은 자산이 5조 원이 넘으면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되고 공시 의무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적용받는다. 농심그룹은 자산 4조5천억 원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몸집이 조금만 더 커지면 앞으로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지정될 수 있다.
오너일가 지분율이 비상장사 20%, 상장사 30% 이상인 회사가 한 해에 내부거래 200억 원 이상이거나 내부거래 비중이 12% 이상이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그 적법성 여부를 들여다볼 가능성이 있다.
농심미분은 곡물 제분회사로 신동익 메가마트 대표이사 부회장 등 오너일가가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 있다.
율촌화학은 지난해 내부거래의 매출 비중이 35.7%를 보였는데 2016년보다 5.8%포인트 낮아졌다. 그래도 내부거래 비중이 공정거래법상 기준보다 23.7%포인트 높다.
율촌화학은 식품포장재를 주력으로 삼고 있는 회사로 농심홀딩스가 지분 31.94%를 보유했으며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과 그 아내 김낙양씨, 신동윤 율촌화학 대표이사 부회장과 아내 김희선씨, 그 아들 신시열씨 등 오너일가 지분율이 32.95%에 이른다.
일부 계열사는 내부거래 비중이 오히려 높아지기도 했다.
엔디에스는 지난해 농심그룹 계열사들로부터 매출의 29.4%를 거둬들였다. 내부거래 비중이 2016년보다 0.8%포인트 커졌다.
엔디에스는 농심그룹 정보통신계열사로 메가마트가 지분 53.97%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신동원 농심 대표이사 부회장과 신동윤 부회장, 신동익 부회장 등 오너일가 지분율이 20%를 훌쩍 넘는다.
오너일가가 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계열사들 내부거래 비중도 소폭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호텔농심은 지난해 특수관계자 매출 비중이 25.4%를 보여 2016년보다 0.5%포인트 낮아졌다.
호텔농심은 메가마트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신동익 부회장이 메가마트 지분 57.94%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신동익 부회장이 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태경농산은 지난해 계열사들과 거래를 통해 매출의 61.2%를 거뒀다. 내부거래 비중이 2016년보다 7.7%포인트 낮아졌다.
태경농산은 분말스프 등 식품제조와 식자재 유통을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다. 농심그룹 지주회사인 농심홀딩스가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 있는데 농심그룹 오너일가가 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농심엔지니어링은 지난해 특수관계자 매출 비중이 24.5%로 2016년보다 2.7%포인트 낮아졌다. 농심엔지니어링은 식품가공설비 등을 제조하는 회사인데 농심홀딩스가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 있다.
농심그룹이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 데 성과가 미미하면서 외부거래를 늘리는 방식으로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농심그룹이 형제들 사이 경영권 균형을 맞춰야 하는 만큼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 데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농심그룹 계열사들 가운데 엔디에스와 농심호텔은 특히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 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엔디에스와 농심호텔은 메가마트가 최대주주로 있다. 엔디에스와 농심호텔 몸집이 부풀어지면 신동익 부회장의 지배력도 커지게 된다.
농심그룹 관계자는 “엔디에스는 보안유지 등을 위해 농심그룹 계열사들의 전산체계를 관리한다”며 “사업상 필요에 의해 일시적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