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1일 시진핑 주석이 초청한 재계 간담회에서 시 주석을 만났다.
한국 기업 대표 자격이지만 최 회장의 이날 만남이 SK 그룹의 중국 사업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최 회장이 추진해 온 중국사업 '차이나 인사이더'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SK그룹은 지난해 시작된 중국 정부의 사드보복과 중국 기업 육성정책으로 고전 중이다. 최 회장과 시 주석의 만남에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다.
최 회장과 시 주석의 인연은 꽤 오래됐다.
2005년 7월 시진핑 주석이 중국 저장성 서기 신분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최 회장은 직접 시 서기를 서울 서린동 사옥에 초청해 장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시 서기는 그 해 10월 최 회장을 저장성에 초청해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그 뒤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내세우며 SK그룹의 중국 사업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차이나 인사이더'는 중국에서 사업을 해 중국에 재투자하는 중국기업이 된다는 뜻이다.
SK중한석화 설립은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이 회사는 SK이노베이션의 화학부문자회사 SK종합화학이 2014년 중국 최대 석유기업인 ‘시노펙’과 손잡고 35대 65의 비율로 모두 3조3천억 원을 투자해 만들었다. 가장 성공한 한국과 중국 기업의 협력사례로 꼽힌다.
그럼에도 중국 공업신식화부는 4월 초 전기차 보조금 목록에서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을 또 제외했다. 2016년에 이은 두 번째 조치다.
중국이 한국산 전기차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사업은 궁지에 몰렸다.
결국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중국 배터리 생산법인인 베이징 BESK테크놀로지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지난해 초에 발표한 중국 셀공장 설립 계획도 진행을 멈췄다.
중국 정부와 관계는 SK하이닉스 반도체 사업에도 중요하다.
최근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사업을 인수해 중국 내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끝까지 독점금지법(반독점) 심사 승인을 하지 않으면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은 만큼 최 회장과 시 주석의 이번 회동은 매우 중요하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시 주석에게 SK중한석화를 잇는 새로운 한중 협력모델을 제시하고 투자 확대를 약속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중국 우시 반도체 공장에 1조 원 이상을 추가로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SK머티리얼즈는 중국 쓰촨성에 삼불화질소 생산설비를 두고 있는데 약 2160억 원을 투자해 현재 1천 톤 규모인 설비를 3천 톤까지 늘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관계자는 “간담회에서 최 회장과 시 주석이 만난 것은 맞지만 구체적 일정은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SK그룹에서는 최근 시 주석이 대외 개방 확대를 천명한 만큼 어떤 형태로든 중국사업에서 돌파구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