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용 기자 romancer@businesspost.co.kr2018-04-10 14: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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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에피스가 삼성 사업재편 전망과 관련해 그 위상을 놓고 시선이 몰리고 있다.
바이오산업이 유망산업이고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성과를 내고 있지만 삼성의 핵심 계열사로 평가받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시선도 있다.
▲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 사장.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삼성의 바이오사업에서 역할과 위상을 놓고 재평가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날 바이오에피스 지분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언론보도와 관련해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 바이오에피스 주식 매입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자회사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두고 있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바이오젠과 합작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94.6%를 들고 있지만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50%-1주를 사들일 수 있는 콜옵션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이 콜옵션 가운데 지분 30% 이상을 매입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는데 삼성물산은 이를 부인한 것이다.
삼성이 바이오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상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삼성은 2010년 그룹 5대신수종 사업으로 태양광, 자동차용 전지, LED, 헬스케어, 바이오사업을 선정했고 바이오사업을 추진하기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만들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사업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빠르게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6년 1월 유럽의약품청(EMA)에서 바이오의약품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인 ‘베네팔리’의 판매허가를 받았고 2016년 5월에는 바이오의약품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인 ‘플릭사비’ 판매허가를 받았다. 베네팔리는 지난해 유럽에서 매출 4천억 원가량을, 플릭사비는 매출 99억 원을 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중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세계 최대 매출 의약품인 ‘휴미라’의 제조사인 애브비에 로열티를 지급하는 계약을 맺었고 올해 10월부터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인 ‘임랄디’를 유럽에 출시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글로벌 제약사인 암젠도 애브비와 비슷한 계약을 맺고 올해 10월부터 유럽에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하기로 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암젠과 유럽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시장 선점을 놓고 경쟁을 펼치게 된 셈이다. 유럽에서 휴미라의 연간 매출은 5조 원에 이른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매출 3151억원, 영업손실 1039억 원을 냈는데 유럽에서 암젠을 제치고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시장을 선점하게 된다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실적 성장에 크게 도움이 되고 기업가치도 대폭 높아지게 된다.
그러나 미래를 장밋빛으로만 낙관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시장 선점을 놓고 암젠과 동일선상에서 경쟁을 펼쳐야 하는데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
바이오시밀러시장은 선점 효과가 월등하게 높은데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경쟁에서 뒤처진다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실적 성장은 제한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글로벌제약사인 베링거잉겔하임이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베링거잉겔하임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실테조’의 유럽판매 허가를 이미 받고 애브비와 소송 중인데 암젠이나 삼성바이오에피스처럼 애브비와 합의를 한다면 올해 10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시장 경쟁자는 더욱 늘어난다.
현재 삼성바이오에피스 기업가치가 국내 회계법 덕분에 고평가되어 있다는 시선도 있다.
국내 회계법상 바이오기업이 지출하는 연구개발비는 회사의 최종판단에 따라 비용이 될 수도 있고 자산이 될 수 있다.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하는 비중이 높으며 이 때문에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실적이 부풀려졌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 외국 바이오기업들은 연구개발비를 대부분 비용으로 처리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그동안 무형자산화한 연구개발비 규모는 누적으로 5천억 원이 넘는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매출 3151억 원, 영업손실 1039억 원을 냈다고 밝혔다. 외국처럼 무형자산화한 연구개발비를 회계에 비용으로 반영하게 되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손실 폭은 대폭 늘어나게 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설립 이후 지난해 말까지 낸 누적 영업손실은 6550억 원가량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