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용 기자 romancer@businesspost.co.kr2018-04-09 16: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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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주주들이 삼성증권 '유령 주식' 발행 사태를 계기로 ‘공매도 폐지’를 위해 결집하고 있다.
셀트리온 주주들은 국내에서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가 그동안 암암리에 이뤄진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 셀트리온 주주들, 삼성증권 사태 계기로 결집
9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 주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6일 올라온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 국민 청원은 9일 오후 기준 찬성자가 약 19만 명에 이르며 목표치인 20만 명에 근접하고 있다. 국민청원에 참여하는 인원이 20만 명이 넘으면 청와대는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셀트리온 주주들은 그동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셀트리온 공매도와 관련해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는 국민청원 운동을 펼쳐왔는데 20만 명을 모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삼성증권 유령주식 발행 사태를 계기로 셀트리온 주주들은 다시 결집하고 있으며 일반 투자자들도 동조하고 있다. 이들은 금융감독원 앞 집회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 투자자들은 국내에서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앞서 삼성증권은 6일 우리사주 280만 주에 1주당 1천 원의 배당을 하기로 했는데 전산에 1주당 1천 주를 배당하도록 입력했다. 삼성증권 주식 총발행주식은 8930만 주이고 발행한도는 1억2천만 주인데 28억 주가 생성된 것이다. 이른바 '유령 주식'이다. 일부 직원들이 501만 주를 매도하면서 허위로 생겨난 주식이 실제로 유통까지 됐다.
삼성증권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잘못 발행된 전체 주식을 회수했다. 또 이미 팔린 501만주는 실물 주식을 빌려 메웠는데 이 과정에서 634만6476주를 빌렸다. 결과적으로 국내에서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가 됐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때 증권사 등에서 주식을 빌려 우선 팔고 나중에 주식을 사서 갚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 투자 방법인데 크게 ‘차입 공매도(Covered Short selling)’와 ‘무차입 공매도(Naked Short selling)’로 나뉜다.
차입공매도는 예탁결제원이나 한국증권금융 등에서 주식을 빌린 다음 그 주식을 팔고 이후에 주식을 다시 사서 돌려주는 것이다. 공매도이기는 하지만 엄연한 실물 주식 거래다.
반면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을 빌리지도 않은 채 주식 매도주문을 먼저 내고 이후에 주식을 사서 갚는 방식이다.
무차입 공매도는 국내에서 엄연한 불법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허용되고 있지만 많은 국가에서도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 셀트리온 공매도 놓고 ‘배후’ 의구심 확산
셀트리온 주주들은 그동안 셀트리온의 공매도 물량이 비정상적이라며 조사를 요구해왔다.
한국거래소 공매도종합포털에 따르면 셀트리온의 공매도 잔액은 4일 기준 3조2863억 원으로 시가총액 36조 원의 9%를 초과한다. 반면 같은 날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301조 원이나 되지만 공매도 잔액은 2166억 원에 그친다.
▲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왼쪽)과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
현행법상 개인도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려 공매도를 할 수는 있지만 현실적 여건상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 주주들은 외국인투자자들과 기관투자자들이 개인투자자들의 이익을 빼앗기 위해 셀트리온 주가를 조작하는 방안으로 대거 공매도에 나서고 있다고 의심해왔다.
일부 주주들은 증권사들이 ‘공매도 배후 세력’과 한통속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도 보낸다. 무차입 공매도 거래가 금융감독원과 증권사들의 이해득실 속에 암암리에 횡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네이버 증권게시판의 'anot****' 유저는 “무차입 공매도는 증권가 관행”이라며 “시스템적으로 가능한 건 이미 증명됐다”고 비판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도 9일 “삼성증권은 공룡증권사의 무차입 공매도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삼성증권은 2012년에도 무차입 공매도 금지규정 위반으로 당시 최고 수준인 5천만 원의 과태료 징계를 받았다.
삼성증권은 2010년 1월부터 2012년 5월까지 홍콩 증권사 계좌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통해 거래하는 상황을 인지했지만 이를 묵인한 혐의를 받았다.
삼성증권 측 준법감시인은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 경고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증권은 이를 무시했고 금융당국은 이에 과태료를 부과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히 셀트리온 주주들은 셀트리온 경쟁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때문에 이번 삼성증권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