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우 LIG 신임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암초를 만났다. LIG손해보험(LIG손보) 미국 지점이 영업자금 부족을 이유로 미국 감독청에 의해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LIG손보는 자금을 긴급 수혈해 미국 지점을 정상화시켰다. 그러나 이 때문에 진행 중인 매각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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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영우 LIG그룹 사장 |
LIG손보는 14일 남영우 LIG 대표이사 사장을 비상근이사로 선임했다. 남 사장은 LG전자 사장 출신으로 지난 1일 LIG 사장이 됐다. 인수합병과 구조조정 전문가로 알려진 남 사장은 LIG손해보험의 매각을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런 남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LIG손보 미국지점이 영업정지를 통보받은 사태를 맞게 된 것이다. 미국 뉴욕주 금융감독청은 지난 7일 LIG손보 미국지점에 영업정지를 통보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LIG손보 미국지점의 지급여력(RBC) 비율이 18.9%에 불과하고 자본금도 500만 달러에 그치고 있다는 이유였다. 지난해 LIG손보 미국지점은 약 3570만 달러(382억 원)의 적자를 냈다. 미국 보험업법은 지급여력 비율 150%를 권고한다. 70% 이하로 떨어질 경우 당국이 제재를 가할 수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LIG손보는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지 사흘 뒤인 지난 10일 지점 자본 확충을 위해 급하게 영업기금 4500만 달러(482억 원)을 송금했다. 이로 인해 LIG손보 미국 지점의 지급여력 비율이 170%로 올라갔고 영업정지는 풀렸다.
그러자 이 번에는 국내 금융당국이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미국 현지에 검사반을 보내 미국에 진출한 국내 손해보험회사 지점을 점검하기로 했다. 점검 대상은 LIG손보를 비롯해 삼성화재, 동부화재, 현대해상의 지점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모든 손보사를 점검할 것"이라며 "LIG손보에 문제가 있다면 그에 맞는 제재를 하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LIG손보 미국지점의 영업정지 사태가 예전부터 쌓인 부실경영의 결과라고 분석한다. 또 그 그 원인을 구본상 현 LIG넥스원 부회장이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구 부회장은 구자원 LIG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2005년 4월부터 2006년 7월까지 LIG손보 미국법인장을 지냈다. 업계 인사들은 비전문가가 보험 업무를 맡으면서 문제의 씨앗을 뿌려놓았다고 지적한다.
이번 일은 남 사장이 추진하는 LIG손보 매각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LIG손보는 이미 3개월 동안 매각이 미뤄지면서 기업들의 관심이 많이 줄어든 상태다.
구 회장을 비롯한 LIG그룹 오너 일가는 지난해 11월 LIG건설 기업어음(CP) 투자자에게 줄 피해보상금 마련을 위해 LIG손보 지분 전량 매각을 결정했다. 당시에는 메리츠금융지주 KB금융지주 보고펀드 롯데그룹 등 여러 기업이 관심을 보였다. LIG손보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시장점유율 13.7%를 차지하고 있는 업계 4위의 우량회사이기 때문이다.
LIG그룹은 지난 10일 LIG손보 인수 후보기업들에게 예비입찰안내서를 발송하는 등 다시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예비입찰은 오는 28일 실시된다.
하지만 LIG손보 매각의 진정성을 놓고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LIG그룹에서 LIG손보의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매각을 주저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11월 매각 얘기가 나왔는데 그동안 지지부진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애초 LIG손보 매각 이유가 LIG건설 CP 피해자들의 보상금 마련을 위해서였는데, 구자원 회장 일가가 재판을 하는 도중 피해액을 모두 변제했기 때문에 LIG그룹에서 과연 LIG손보를 매각하려고 하겠느냐는 의문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 사장이 해결사로 들어와 LIG 사장과 LIG손보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업계에서는 과연 남 사장이 LIG 매각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LIG손보의 매각이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 해외 점포가 영업정지를 당할 정도로 LIG손보 본사의 관리감독 시스템이 엉망임이 드러난데다 대내외 평판도 크게 하락해 회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 사장의 능력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