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는 주도주가 있다. 시장을 주도하는 주식이라는 뜻이다. 투자자들이 그만큼 관심을 보이며 주식을 사들인다.
주식시장의 주도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뀐다.
지난해 신라젠 주식이 바이오주 열풍을 주도했다. 주가가 무려 10배 올랐다.
그러나 해가 바뀌면서 에이치엘비 주식이 바이오주 열풍을 이끌고 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에이치엘비 주가는 5일 5.63%(4500원) 오른 8만4400원에 장을 마쳤다. 10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최근 15거래일 동안 3월22일 0.81%하락한 것을 제외하면 14거래일 동안 상승하며 말 그대로 질주하고 있다.
에이치엘비는 자회사 LSKB를 통해 개발하고 있는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 덕분에 최근 주가가 거침없이 상승하고 있다.
에이치엘비는 신라젠과 마찬가지로 항암제기업이란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두 회사를 이끌고 있는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과
문은상 신라젠 대표 역시 비슷한 점이 있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암과 관련해 비전문가이지만 항암제 개발업체 ‘LSKB’를 인수해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 개발을 이끌고 있다.
문은상 신라젠 대표도 치과의사 출신에 신라젠 오너가 아니었지만 최대주주에 올라 미국 바이오벤처 제네렉스를 인수하고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 ‘펙사벡’ 개발을 이끌고 있다.
진 회장과 문 대표 모두 암 정복이라는 목표를 향해 인생을 걸고 있다는 점도 닮았다. 진 회장은 잘 나가는 기업인에서 불확실성이 높은 바이오업계로 뛰어들었다.
문 대표 역시 안정적 직업인 치과의사를 포기하고 펙사벡 개발에 인생을 걸었다.
에이치엘비의 주가 상승을 견인하는 원동력도 신라젠의 그것과 유사하다.
신라젠은 현재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항암바이러스 치료제 ‘펙사벡’의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펙사벡의 기업가치는 신라젠이 2016년 12월 코스닥에 상장할 당시 이미 기업가치에 반영됐다.
신라젠 주가 급등은 두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펙사벡은 다른 항암제와 동시에 투여되는 ‘병용투여’가 확대되면서 사용범위와 시장가치가 커졌고 간암 환자를 넘어 신장암 등 다른 암으로 치료 대상을 넓히면서 몸값을 키웠다.
에이치엘비도 마찬가지다.
에이치엘비의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은 암젠의 수석연구원이었던 중국계 미국인 폴 챈이 개발한 항암제 물질로 혈관내피세포수용체-2(VEGFR-2)를 목표으로 하는 신생혈관억제제다.
암세포는 영양분을 얻기 위해 신생혈관을 만들려고 하는 데 리보세라닙은 VEGFR-2라는 특정 신호전달 매개체를 저해하는 방법으로 암세포의 성장을 막는다.
폴 챈은 중국 판권을 아시아 최대 제약사인 헝루이에 넘겼고 미국회사였던 LSKB는 폴 챈이 설립한 어드벤천연구소로부터 2007년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판권을 확보했다.
헝루이는 2014년 중국에서 리보세라닙을 1차, 2차 항암치료에 실패한 말기 위암 환자에게 쓰는 3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고 판매하고 있다.
리보세라닙은 최근 중국에서 위암뿐 아니라 폐암과 간암, 유방암, 대장암으로 치료대상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유방암, 대장암은 중국에서 임상3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최근 대장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3상에서 효능을 입증했다.
신라젠의 펙사벡처럼 에이치엘비의 리보세라닙도 병용투여를 확대하고 있다.
에이치엘비는 지난해말부터 리보세라닙과 세계 판매 1위 면역항암제인 ‘옵디보’의 병용투여 임상을 시작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