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가끔 롯데그룹 홍보실이 곤혹스러워할 정도로 좋은 일에는 활짝 웃고 좋지 않은 일에는 표정이 어두워진다.
지난해 4월3일 롯데그룹 창립 50주년 행사에서도 신 회장은 표정에서 기쁨을 숨기지 못했다.
3일
신동빈 회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롯데그룹 창립 51주년을 맞았다.
신 회장이 영어의 몸이 된 것뿐만 아니라 롯데그룹에게도 총수가 없는 창립기념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2일 오전 10시부터 롯데월드타워 31층 오디토리움홀에서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주재로 열린 창립 51주년 행사는 시작한 지 20여 분 만에 조용히 끝났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게 창립 기념행사를 열었다.
창립 50주년으로 반 세기를 기념하는 의미도 있었지만
신동빈 회장이 강조하던 ‘뉴 롯데’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변화가 이뤄지던 시기이기도 했다. 당시 롯데월드타워 전면 개장과 맞물리면서 화려한 불꽃놀이도 펼쳐졌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이 최근 몇 년 동안 형제의 경영권 분쟁, 경영비리 검찰수사와 재판, 박근혜 게이트 연루 등으로 이미지가 심각하게 떨어지자 지난해부터 이미지 개선에 힘을 쏟았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이름 빼고 다 바꿨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어느 때보다도 숨 가쁜 한 해를 보냈다. 롯데그룹 임직원들 사이에서도 ‘바뀌고 있다’, ‘젊어지고 있다’는 인식이 매우 강하게 퍼져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빈 회장이 한국 롯데그룹에 등장한 지도 30년이 다 되어간다. 신 회장은 1990년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 상무를 맡으며 한국 재계에 모습을 드러냈고 2011년 2월 롯데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황제경영’ 혹은 ‘손가락 경영’으로 대표되는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난 지도 얼마 되지 않는다. 신 명예회장은 건강이 악화되기 직전까지도 롯데그룹에서 많은 사안을 직접 결정해왔다.
모처럼 롯데그룹에 훈풍이 부는 시기인 만큼
신동빈 회장은 물론
황각규 부회장을 비롯한 롯데그룹 임직원들의 아쉬움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1년 동안 롯데그룹을 괴롭히던 중국의 사드보복이 1년 만에 해소될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은 창립기념일을 하루 앞둔 전날 152억 원 이 넘는 보수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한 번 구설수에 올랐다. 국내 재벌기업 총수 가운데 가장 많은 액수다.
신 회장은 지난해 무려 7개 계열사로부터 보수를 받았다. 문어발식 겸직이라는 비판도 나오지만 그만큼 롯데그룹에서 많은 걸 직접 챙기고 바삐 움직였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신 회장은 따로 옥바라지를 하는 조직이나 임직원도 두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황각규 부회장과 비서진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방문해 현안을 보고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3월부터 급여를 받지 않고 있다. 3월 초 구치소로 면회 온 롯데그룹 경영진과 변호인을 만난 자리에서 주요 계열사에서 받던 급여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고 3월21일 급여가 지급되지 않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