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순환출자와 금산분리 문제를 해결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고 삼성전자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매입하는 등 대규모 변화가 예상된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3일 "삼성전기와 삼성SDI, 삼성화재가 삼성물산 지분을 전량 처분해 그룹 내 순환출자를 해소할 것"이라며 "최대주주가 삼성물산 지분을 매입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삼성물산 최대주주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7.08%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이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 등 오너일가 지분율이 높은 삼성물산을 실질적 지주사로 두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과제는 삼성물산이 그룹 내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율을 확대해 지배력을 안정적으로 갖춰내는 것이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일부 또는 전부를 인수해 금산분리를 해결하는 동시에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현재 300조 원 안팎으로 높아 삼성물산이 충분한 지분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워 보인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SDS, 삼성생명 등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물산은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약 14조 원, 삼성생명 지분 약 4조5천억 원, 삼성SDS 지분 약 3조4천억 원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모두 매각하고 서초사옥 등 추가 자산도 처분하면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27%(약 26조 원)를 모두 사들일 수도 있다.
은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삼성전자에, 삼성생명 지분을
이재용 부회장에 매각해 주요 계열사 지분을 그룹 내부에서 모두 소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은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실적 성장세가 이르면 2019년부터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인수는 삼성전자의 이익 성장성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꾸준한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여력이 가장 높은 삼성전자에 지분이 인수되는 것은 긍정적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65조 원에 이르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은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매입은 순환출자 해소와 성장 한계 극복, 시설투자 여력 분산을 위해 모두 좋은 선택"이라며 "이른 시일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부회장도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지분율을 높여 지배력을 키울 수 있다. 지분 매입 자금은 삼성SDS나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팔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삼성그룹 차원에서 지배구조 개편을 조율하던 삼성 미래전략실의 해체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미래전략실 해체 뒤 지배구조 개편을 주도할 주체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각 계열사 이사회에서 논의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