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을 하려 할 때는 결코 돈이 장애가 되지 않는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1991년 이렇게 말했다.
▲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겸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
하지만
정주영 회장의 손자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돈 때문에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정 부사장은 현대중공업그룹 후계자로서 경영권 승계 신호탄을 쏘아올렸지만 아버지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지주 지분을 상속할 돈을 마련할 길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30일 “정 부사장이 지분을 상속받으려면 현대중공업지주에서 배당을 꼭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이며 배당성향을 70%로 높여잡아도 11~12년은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부사장은 29일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5.1%를 3540억 원에 샀다. 3천억 원은 아버지에게 증여받고 500억 원은 현대중공업지주 주식을 담보로 잡아 NH투자증권으로부터 빌렸다.
이전까지 현대중공업과 현대중공업지주 주식을 거의 보유하지 않고 있었는데 단번에 현대중공업지주 3대주주에 올라섰다. 정 부사장이 현대중공업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을 본격화한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이번에 현대중공업지주 지분을 매입하면서 1500억 원 이상 증여세를 비롯해 이자를 부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부사장이 막대한 세금을 감수하면서도 편법을 쓰지 않고 증여방식으로 현대중공업지주 지분을 매입한 것은 기업의 경영 투명성을 강조하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됐고 정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에 잡음이 나지 않도록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정 부사장이 앞으로 현대중공업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으려면
정몽준 이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25.8%를 물려받아야 한다. 정 부사장이 이 지분도 증여 방식으로 받는다면 상속세만 약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황 연구원은 추산했다.
황 연구원은 “정 부사장이 상속세를 마련하려면 현대중공업지주 배당성향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지주가 자회사 현대오일뱅크로부터 연간 5천억 원, 현대미포조선에서 2천억 원, 기타 및 자체사업에서 1천억 원 등을 받고 배당성향을 70% 정도로 유지하면 연간 5천억 원씩 배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배당성향 70%는 국내 기업 가운데 배당성향이 가장 높은 에쓰오일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정몽준 이사장과 정 부회장은 현대중공업지주 배당금으로 연간 800억 원 정도를 확보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렇게 되면 상속세를 마련하기까지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부사장의 아버지
정몽준 이사장은 올해 만으로 66세다.
정 부사장이 현대중공업그룹 경영권을 물려받기 위한 상속자금을 마련하는 데 마음이 조급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