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환구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이 29일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제 44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현대중공업이 불황의 끝을 바라보고 있다.
올해 들어 조선업황이 서서히 회복되면서 현대중공업에도 활기가 돈다.
현대중공업은 글로벌 1위 조선사로 명성을 떨쳤지만 2016년 조선업 불황을 피하지 못하고 고꾸라졌다. 직원을 내보냈고 군산조선소 문을 닫았으며 노사갈등도 극에 달했는데 마침내 암흑기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이 단독 대표이사로서 회복기에 접어드는 현대중공업에서 키를 잡았다.
강 사장이 29일 열린 제44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수주절벽 여파로 지난해 선박 건조량이 줄며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사업 분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며 “올해 원가 경쟁력을 끌어올려 수주를 확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기술, 품질을 높여 새로운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강 사장이 올해 일감 확보에 집중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인 것이다.
이런 자신감은 지난했던 노사갈등에 종지부를 찍고 현대중공업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끝냈다는 데서 비롯된다.
강 사장은 현대미포조선 사장을 맡으면서 노사관계를 원만하게 이끌었다는 점을 평가받아 2016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에 올랐다.
현대중공업은 기본급 반납 등을 요구하는 회사와 여기에 맞서는 강성 노조가 크게 갈등을 빚고 있었는데 강 사장이 노사갈등을 해결할 적임자로 꼽혔다.
강 사장은 현대중공업 분할, 노조 집행부 선거 등으로 노사갈등을 수습하지 못하다가 2017년 말 단독 대표이사에 선임된 뒤 노조 작업장을 찾아가 현장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면서 올해 초 마침내 임단협을 타결하는 성과를 냈다.
노무관리 전문가로서 솜씨를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현대중공업 유상증자도 성공적으로 끝내며 재무건전성을 끌어올릴 기회도 마련했다.
현대중공업은 3월 유상증자를 진행해 1조2350억 원을 마련했는데 이 돈의 대부분을 차입금을 갚는 데 쓰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이 차입금을 갚고 나면 사실상 무차입경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선주들이 일감을 수주한 조선사가 안정적으로 선박을 건조할 수 있을지를 눈여겨본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중공업이 노사관계 안정, 재무건전성 개선 등 신규 수주 확대를 위한 발판을 모두 다진 셈이다.
“현대 정신, 위기 돌파”.
강 사장은 올해 목표로 많은 것을 내세우지 않았다. 지금 처한 위기 상황을 ‘불굴의 투지와 강인한 추진력으로 도전해 이겨내자’는 현대 정신만을 강조했다.
남은 과제는 일감을 늘려 그동안 텅 비어있던 도크를 꽉 채우는 것이다. 현대 정신이 필요한 때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