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은 이 기준에 따라 STX조선해양이 4월9일까지 기존 인력의 40% 이상을 구조조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노사확약서를 내지 않으면 자율협약을 중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STX조선해양은 2017년 9월 연결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 1270억 원을 보유해 유동성을 다소 확보했지만 기업을 계속 운영할 여력은 부족해 자율협약이 중단되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
이 회장도 3월 초 기자간담회에서 “STX조선해양은 유동성을 약간 보유한 것 외에 (성동조선해양과) 큰 차이가 없다”며 “노사 확약이 되지 않으면 이 회사를 중장기적으로 끌고 갈 능력이 안 된다”고 바라봤다.
STX조선해양이 2019년 3분기까지 조선소를 유지할 수주물량을 확보했지만 실제 수익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도 이 회장의 강경한 태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경남본부에 따르면 현재 새 선박을 만드는 가격지수는 2014년 말보다 10% 정도 낮다. 같은 규모의 선박을 만들어도 조선사가 버는 돈은 2014년보다 적다는 것이다.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원화로 환산된 기준을 적용한 조선가격도 더 떨어지고 있다. 반면 후판 등의 원자재 가격은 계속 높아지면서 조선사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이 당장은 회사를 운영할 수 있더라도 더욱 강력한 자구계획을 추진하지 않으면 기업 경영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법정관리 요건에도 부도를 눈앞에 둔 상황뿐 아니라 ‘파산의 원인이 될 사실이 생길 염려가 있을 때’가 들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STX조선해양 노동조합은 이 회장이 지나치게 가혹한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26일 총파업에 들어가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STX조선해양이 산업은행의 요구를 따르면 전체 생산직 노동자 693명 가운데 500명(75%) 정도가 회사를 떠나 선박 건조 등에 오히려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STX조선해양 노조 관계자는 “2013년 자율협약에 들어간 뒤 법정관리를 한 차례 거치면서 생산직 노동자 수가 1100명에서 695명으로 줄어들었다”며 “인력을 더 줄이면 선박의 생산품질을 보장할 수 없어 오히려 독자생존을 방해할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성동조선해양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황에서 STX조선해양까지 같은 길을 가면 지역사회의 경제와 고용에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산업은행의 고민거리로 꼽힌다.
경상남도 창원시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은 창원시 진해구의 수출액 88.7%, 일자리 1300여 개를 창출하고 있다. STX조선해양 협력회사의 노동자 수도 1천여 명에 이른다.
창원시는 21일 정부와 산업은행에 전달한 건의문에서 “STX조선해양이 수주잔량 18척을 보유한 상황에서 생산직 인원을 대거 구조조정하면 납품기한 초과와 품질 하락을 불러올 수 있고 결국 한국 조선산업의 대외신뢰도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호소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