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결정하면서 비상장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에 시선이 몰리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승계 자금줄 역할을 할 회사로 꼽히고 있는데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현대건설과 합병을 하거나 기업공개에 착수하는 등 발걸음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
29일 재계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다음 수순으로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만드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28일 발표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보유지분을 매각하고 계열사들이 들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인다.
문제는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기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계열사들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최소 4조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도세까지 포함하면 5조 원 이상의 현금이 들어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합병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매각한다고 해도 2조 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위해 최대한 많은 실탄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는 38.62%를 보유한 현대건설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보유한 2대주주고
정몽구 회장은 지분 4.68%를 들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비상장계열사이다 보니 지분가치를 정확히 따지기는 힘들다. 하지만 장외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을 놓고 볼 때 현대엔지니어링의 활용방법에 따라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의 현금 확보에는 충분한 도움이 될 수 있다.
29일 장외주식시장에서 거래된 현대엔지니어링 주식은 1주당 74만5천 원이다. 장외시장 가치로만 보면 정 부회장은 6633억 원, 정 회장은 2646억 원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보유지분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을 찾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또는 현대건설과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 등이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별도기준으로 모회사인 현대건설보다 많은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장을 추진했을 때 얻게 되는 이득이 크다는 의견이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플랜트분야에 독보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단독으로 상장해도 정 회장 부자가 보유한 지분가치가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현대엔지니어링 주식은 지배구조 개편의 수혜주로 부각되며 1주당 100만 원 이상에 거래되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공개에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해 현대건설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자금 조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건설은 상장기업이므로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건설과 합병하면 보유지분을 현금화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다만 대주주의 지분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비율이 나오면 주주들의 반발이 일어날 수 있는 점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활용방안은 장기적으로도 중요하다.
정의선 부회장이 언젠가는
정몽구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물려받아야 하는 데 이에 필요한 증여세 또는 상속세를 내려면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가치를 끌어올리는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