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2018-03-29 14: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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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명철 세운건설 회장이 남북 정상회담을 손꼽아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봉 회장은 인수합병을 통해 공격적으로 사세를 키워왔다. 덕분에 인수합병 전문가로 불리기도 하지만 내실을 따지지 않고 대책없이 부실한 기업을 사들인다는 비판적 눈초리도 받는다.
▲ 봉명철 세운건설 회장.
그가 2년 전 인수한 남광토건은 아직 법정관리의 여파로 허덕이고 있는데 개성공단은 '기회의 땅'이 될 수도 있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남북관계가 급격히 진전되면서 경제협력에 따른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북한은 2030년까지 주택 450만 호의 신규공급이 필요하다”며 “주택 건축비용을 국내의 절반 수준으로 가정해도 국내 건설사들은 10년 동안 연간 60조 원 이상, 인프라 투자를 포함하면 연간 80조 원 이상의 신규시장이 열리는 효과가 가능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특히 주목받는 것은 남광토건이다. 2007년 개성공단에 철골공장을 착공한 유일한 국내 건설사인 데다 북한 516건설기업소와 도급계약을 맺고 합작회사 설립까지 검토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봉명철 회장은 3년 전 남광토건을 인수한 뒤 정상화를 위해 고군분투 해왔는데 낭보를 받아든 셈이다.
봉 회장은 ‘은둔형 경영자’로 불린다. 신상명세는 물론 1995년 설립한 세운건설에 관해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었다. 그러나 2012년 전남 3위의 건설사 금광기업을 집어삼키면서 ‘인수합병 전문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금광기업에 이어 2015년 남광토건, 2016년 극동건설 등 세운건설보다 몸집이 수십 배 이상 큰 건설사들을 잇따라 인수하며 몸집을 급격히 불렸다.
2017년 시공능력평가액을 봐도 세운건설은 543억에 불과한 반면 남광토건과 금광기업, 극동건설의 시공능력평가액은 단순합산하면 모두 1조 원을 넘어선다.
문제는 이 세 건설사 모두 법정관리로 힘겨운 틈을 타 인수한 것이다 보니 세운건설이 덩치만 큰 부실기업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남광토건은 법정관리를 2016년 졸업했지만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이 285% 수준에 이른다.
봉 회장도 지금은 숨을 고르면서 계열사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초부터 남광토건에 대림그룹 출신 임원을 7명이나 데려오는 등 인재 끌어오기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김종오 대표를 남광토건 CEO에 영입했다. 김 대표는 대림산업 출신으로 고려개발 대표를 지낸 정통 '건설맨'이다.
수주잔고 역시 2015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 추세를 멈추고 지난해 3분기 말 3935억 원을 보이며 그 전분기보다 44.5% 늘었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7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그러나 아직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누적 영업이익이 1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불안한 상승세를 안정적으로 바꾸려면 개성공단 진출이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상황이 긍정적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중소기업은 남북경협의 핵심주체”라며 “정부의 남북 경제공동체 조성방안인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통해 남북 경협이 중소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남북 협상에는 언제든지 돌발 변수가 생길 수 있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남북관계가 1994년 이후 가장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주변 환경이 복잡한 만큼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며 “상황이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고 말했다.
봉 회장으로서는 세운건설을 중견 건설사로 도약시킬 수 있을지 혹은 단순한 '기업 사냥꾼'에 머물지 여전히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는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