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안마당인 시스템반도체를 넘어 메모리반도체로 발을 넓히며 자체 D램 개발과 양산까지 뛰어들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잡은 글로벌 D램시장에서 인텔이 D램을 외부업체로부터 계속 받는 데 한계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외신을 종합하면 인텔은 PC와 서버용 프로세서 등 주력사업에서 성장이 부진하자 메모리반도체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대량의 신규 수요를 찾기 어려운 시스템반도체와 달리 메모리반도체는 탑재 용량이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꾸준한 시장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텔은 미국 마이크론과 협력으로 최근 낸드플래시 기술 개발과 시설 투자를 마무리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양산에 나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 낸드플래시시장은 이미 6개 이상의 업체들이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어 전망이 밝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전문매체 EE타임스는 인텔이 낸드플래시에 이어 D램사업 진출로 눈을 돌려 삼성전자와 직접 맞경쟁을 벌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EE타임스는 "인텔이 반도체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우위를 지켜내는 효과적 방법은 같은 분야에서 경쟁업체가 되는 것"이라며 "D램시장은 가파른 성장이 예상돼 전망도 밝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 D램시장에서 삼성전자가 50% 가까운 점유율로 독주하며 수요 증가의 수혜를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경쟁업체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점유율까지 합치면 90%가 넘는다.
전체 D램시장이 과점체제를 구축한 소수 업체에 좌우되며 가파른 가격 상승이 이어지자 새 경쟁업체가 등장해 시장 판도에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는 요구가 IT업계에서 높아지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인텔이 D램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유력한 업체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경제분석지 모틀리풀은 "인텔은 메모리반도체분야에서 야심을 보이고 있다"며 "시스템반도체에 이어 메모리반도체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면 막강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텔이 최근 고성능 프로세서를 차세대 메모리인 HBM D램과 패키지 형태로 생산해 기술 한계를 극복하려 하는 점도 자체 기술과 양산 능력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모틀리풀은 "인텔이 D램을 계속 외부에 의존해 받는다면 수익성과 시장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으로 D램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고 바라봤다.
인텔은 마이크론과 협력 효과로 낸드플래시 기술 확보와 양산에 예상보다 빨리 성공했다. D램 분야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쓴다면 충분히 시장 진출 가능성을 노릴 수 있다.
1980년대 중반까지 인텔은 D램 분야에서 가장 앞서나갔던 기업 가운데 하나였는데 삼성전자의 D램 기술방식이 시장에서 표준으로 자리잡자 결국 1984년부터 D램사업을 중단했다.
인텔이 다시 D램 개발에 뛰어들면 사업을 포기한 지 30년도 더 지난 뒤에 삼성전자에 재대결을 노리는 셈이 된다.
인텔은 최근 D램의 기능을 일부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메모리 '크로스포인트'를 개발하는 등 꾸준히 메모리반도체 전문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텔은 D램 관련 기술과 경험, 투자 여력에서 모두 무시할 수 없는 업체"라며 "실제 시장 진출에 나서면 중국 반도체기업보다 더 강력한 경쟁사로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