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경영성적표가 지난해 엇갈렸다.
신세계그룹은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이마트는
정용진 부회장이 맡고 백화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는
정유경 총괄사장이 담당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이마트와 신세계로 나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앞으로도 정 부회장은 이마트에,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에 주력하며 남매가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6일 신세계그룹과 재계에 따르면 이마트와 신세계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 부회장 주도로 연초에 임원 워크숍을 함께 갔지만 올해 이마트 계열회사와 신세계 계열회사가 따로 임원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마트와 신세계가 각각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식품과 유통 관련 자회사를 거느린 이마트부문과 백화점과 면세점, 화장품 등을 중심으로 한 신세계부문으로 나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어머니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에 이어 이마트의 2대주주며
정유경 총괄사장 역시
이명희 회장에 이어 신세계의 2대주주다.
이마트와 신세계는 지난해 엇갈린 실적을 내놨다. 지난해 이마트는 매출은 8.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0.3% 줄며 거의 제자리걸음했다.
반면 신세계 실적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30% 이상 늘었다.
이마트 자체만 놓고 보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었지만 이마트24에서 적자폭이 크게 늘었고 신세계프라퍼티 역시 2년 연속 200억 원대의 적자를 봤다.
신세계프라퍼티와 이마트24는 각각
정용진 부회장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복합쇼핑몰사업과 편의점사업을 이끌고 있지만 아직까지 투자단계로 적자를 내고 있다.
이마트의 자회사 신세계프라퍼티는 2016년 9월에 복합쇼핑몰 스타필드하남을 열었고 10월 말에는 코엑스몰의 운영권을 따내 스타필드코엑스몰도 개장했다. 지난해 스타필드 3호점인 스타필드고양도 열었다.
세 곳 모두 순항하고 있지만 출점이 예정된 지역마다 출점을 놓고 홍역을 치르면서 이마트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정치권에서 꾸준히 복합쇼핑몰도 규제대상에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점 역시 부담스럽다. 이마트24 역시 골목상권 침해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반면 신세계가 성장동력으로 내세운 면세점사업과 화장품사업은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게 안착했다.
정 총괄사장이 주도한 신세계면세점은 면세점업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주목받고 있다.
신세계의 100% 자회사 신세계DF는 지난해 매출 1조 원을 넘겼으며 영업이익은 146억 원으로 흑자로 전환했다. 올해 역시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증권가는 전망하고 있다.
지난 1월에 개점한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에서 연간 1900억 원의 매출이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에 강남점도 문을 연다.
신세계가 지분 45.76%를 보유하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의류와 생활용품에 이어 화장품사업 역시 흑자를 내며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신세계그룹은 2015년 말 분리경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정 총괄사장은 그동안 정 부회장보다 존재감이 작았지만 2016년 20년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비추는 등 본격적으로 경영보폭을 넓히고 있다.
두 회사의 주가 격차도 점차 벌어지고 있다.
이마트 주가는 현재 27만 원대에 머물고 있다. 반면 신세계 주가는 34만 원대까지 올라갔다.
이마트와 신세계 주가는 딱 반 년 전인 지난해 9월26일 각각 21만500원, 18만8500원으로 이마트 주가가 더 높았지만 반년 사이 역전됐다.
두 회사 모두 유통기업 가운데 보기 드물게 주가가 올랐지만 신세계 주가가 80% 이상 뛴 데 비해 이마트 주가는 31.4%가량 상승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