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2018-03-26 14:5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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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새 금융감독원장을 맡을 인사를 놓고 고심하면서 후임 인선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수장 공백상황을 빠르게 수습할 인사로 관료 출신이 적임자로 꼽히지만 개혁 의지를 이어갈 민간 출신에게 한번 더 기회를 줘야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 서울 여의도에 있는 금융감독원 건물 모습.<뉴시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금융감독원장을 이른 시일 안에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금융감독원의 내부를 수습하고 금융회사의 개혁을 주도할 수 있는 인물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위원장이 후보를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별도의 인사청문회는 열지 않는다.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KEB하나은행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갑작스럽게 물러나면서 발생한 금융감독원 내부와 금융회사들의 혼란을 빠르게 수습하기 위해선 내부사정에 밝은 관료출신이 적임자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정은보 전 금융위 부위원장,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서태종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 등 지난해 금융감독원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던 전·현직 관료들이 다시 거명되는 이유다.
첫 민간 출신 금융감독원장이었던 최 전 원장이 6개월여 만에 물러나면서 또 민간 출신 인사를 금융감독원장으로 앉히기엔 부담도 크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오랫동안 관료 생활을 하면서 큰 결격사유가 없는 관료 출신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가능성도 높다.
금융위원회가 신용보증기금에 이사장 후보 추천을 다시 진행해달라고 요청한 점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낙하산인사’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청와대의 뜻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와대는 ‘민간 출신’ 카드를 여전히 만지며 고민이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전 원장을 금감원장으로 임명하면서 민간 출신을 중심으로 금융권 적폐청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던 만큼 이번에 관료 출신을 선택하면 개혁 의지가 한발 후퇴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전 원장이 민간 금융회사들과 채용비리 및 지배구조 개선 등을 놓고 갈등을 겪다가 낙마했다는 시각이 있는 상황에서 관료 출신을 임명하면 금융감독원의 위상이 제대로 서기 어렵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또 여러 후보들을 검증한 뒤 최 전 원장을 낙점했던 만큼 당시에 후보군에 올랐던 인물들을 다시 선택하면 야당의 인사검증 공세를 염려해 ‘적임자’가 아니라 ‘안전한 인물’을 골랐다는 적격성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
청와대의 고심이 길어지면서 금융감독원장 임명이 예상보다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자격을 갖춘 새 인물을 널리 찾아 가려내는 정공법만이 가장 좋은 방안으로 시간에 쫓기지 않고 까다로운 검증절차를 거쳐 적임자를 기용하는 방안을 선택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최근 금호타이어와 한국GM의 구조조정 문제와 대북관계 및 미국 통상현안 문제, 개헌 등 청와대와 금융위원회가 다루고 있는 굵직한 이슈들이 잇달아 불거지면서 금융감독원장 인사에 상대적으로 관심을 쏟기 어렵다는 점도 이런 시각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3월20일 새 금감원장과 관련해 “아직 생각할 틈이 없었다”며 “좀 더 두고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 전 원장이 사의를 내놓은 뒤 2주가량이 지났지만 청와대와 금융위원회 등에서 새 금감원장 임명을 위한 뚜렷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최근 금융권 채용비리와 ‘미투운동’ 등으로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한층 매서워진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