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원 만도 대표이사 회장이 글로벌사업에서 경험을 쌓은 임원들을 등기임원진으로 대거 발탁해 세대교체와 함께 해외사업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만도는 30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송범석 김광근 탁일환 김만영 부사장들을 사내이사로 선임한다.
성일모 수석사장과 이철영 부사장은 한라홀딩스로, 정경호 수석부사장은 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자리를 옮기는 등 기존 사내이사들은 만도 임원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선임될 부사장들 가운데 3명이 글로벌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해외 고객사를 확대하고자 하는 정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광근 부사장은 글로벌 판매와 마케팅을 맡고 있으며 탁일환 부사장은 글로벌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최고기술책임자(CTO), 김만영 부사장은 글로벌 경영지원을 담당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다. 송범석 부사장은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자동차 부품 생산을 총괄하고 있다.
만도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그룹 내 이동으로 큰 변화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회사가 글로벌 자동차부품시장에서 고객사를 확대하고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그 방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정몽원 회장에게 해외 고객사 다변화는 만도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만도는 지난해 매출 5조6847억 원, 영업이익 835억 원으로 2016년보다 매출은 3.1%, 영업이익은 72.6% 줄었다. 주요 고객사인 현대차와 기아차의 글로벌 완성차 판매 급감에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기아차에 매출의 50% 정도에 이르는 의존하는 구조를 가능한 빨리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하는 것이다. 2020년까지 현대기아차 비중을 40%로 줄인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만도는 GM과 중국 지리자동차 등 해외 완성차회사들을 향한 물량을 늘리고 있다. 정 회장은 올해 초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중국과 미국을 계속 눈여겨 보고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해 11월 복귀 이후 석 달 동안 판교의 연구개발센터를 찾았다고 한다. 올해 만도의 연구개발비도 매출의 6%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자율주행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세 곳 정도의 해외 기업을 두고 인수합병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도는 전파로 탐지하는 레이더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확보했지만 레이저센서인 라이다(LADAR)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향후 기술 투자도 라이다 강화에 집중될 수 있다.
만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곳에 투자를 늘릴지는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자율주행차 보급에 맞춰 관련 기술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1955년 정인영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태어나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현대양행에 입사했다. 만도기계 전무이사와 한라공조 사장, 한라건설 사장 등을 거쳐 1997년 한라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외환위기 때 만도를 매각했다가 2008년 되찾은 뒤 2012년 경영진에서 물러났다 2017년 11월 돌아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