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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반도체 시장에 부는 중국발 강풍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12-17 20: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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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스템반도체 시장에 부는 중국발 강풍  
▲ 레오 리 스프레드트럼 CEO(왼쪽)와 치우츠윈 SMIC CEO

“중국 반도체산업이 놀라운 속도로 우리를 따라오고 있다.”

김기남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 10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제7회 반도체의 날’ 행사장에서 한 말이다. 김 사장은 중국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성장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업체들이 스마트폰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각종 조사에서 샤오미와 화웨이, 레노버 등이 상위권을 차지한지 이미 오래됐다.

중국업체들은 이제 모바일 기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시스템반도체 분야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대표상품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설계와 생산에서 국내업체를 앞지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 삼성전자 밀어낸 중국 스프레드트럼

반도체 설계만을 전담하는 ‘팹리스(Fabless)’ 시장은 미국 팹리스업체인 퀄컴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모바일AP 시장에서 퀄컴은 30억37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58%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퀄컴의 강세보다 업계의 눈길을 끄는 대목은 중국업체인 스프레드트럼의 성장세였다. 스프레드트럼은 2억500만 달러의 매출로 점유율 3.9%를 기록하며 4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1억7400만 달러(3.3%)로 5위에 머물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출하량에서만 스프레드트럼에 4위 자리를 내줬는데 이번에 매출 기준으로도 스프레드트럼에 밀렸다.

스프레드트럼은 올해 3분기에도 삼성전자를 앞지를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는 스프레드트럼의 올해 매출이 8억 달러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스프레드트럼은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으로 2001년 설립됐다.

스마트폰 사업 초기에 통신용 모뎀칩 설계를 주로 맡았는데 대만 팹리스업체인 미디어텍보다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통해 빠른 속도로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의 중국 수출용 갤럭시S2와 갤러럭시노트에도 스프레드트럼 모뎀칩이 탑재됐다.

스프레드트럼은 2012년 모바일AP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스프레드트럼은 중국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보고 3세대 모뎀과 AP를 통합한 보급형 제품을 시장에 내놨다.

이런 전략은 큰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2년 7억2500만 달러였던 매출은 지난해 10억7천 만 달러로 크게 늘었다. 1년 만에 무려 48%나 매출이 성장했는데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트가 조사한 상위 25개 팹리스업체 가운데 성장률이 가장 높았다.

  시스템반도체 시장에 부는 중국발 강풍  
▲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 반도체 공장

◆ 파운드리시장도 중국 강세


시스템반도체 시장의 또 다른 한 축인 파운드리(Foundry) 시장에서도 중국업체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파운드리란 대만의 TSMC사처럼 반도체 생산을 전문적으로 맡는 위탁생산 업체를 말한다.

IC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파운드리 분야 세계1위는 TSMC였다. TSMC는 198억5천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시장 점유율은 46.3%에 이른다.

한국업체 가운데 상위 5위권에 이름을 올린 업체는 삼성전자가 유일했다. 삼성전자는 39억5천만 달러의 매출로 4위를 차지했다.

중국업체인 SMIC는 19억7300만 달러로 삼성전자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SMIC는 지난 10월 매물로 나온 동부하이텍 인수전에 참여해 국내에 알려지기도 했다.

업계는 SMIC와 삼성전자의 매출 격차가 두 배 정도 나지만 성장률을 살펴보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삼성전자의 매출 성장률은 2012년 57%에서 지난해 15%로 크게 하락했다. 반면 SMIC의 성장률은 같은 기간 17%에서 28%로 상승했다.

SMIC의 전략은 스프레드트럼과 비슷하다. TSMC나 삼성전자가 주력하는 프리미엄 제품을 과감히 포기하고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중저가 반도체 생산에 집중하는 것이다.

SMIC의 빠른 성장세에 TSMC도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중머우(張忠謀) TSMC 회장은 지난 10월 “마카이 중국 부총리를 주축으로 중국정부는 자국 반도체업체에 대대적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SMIC는 2030년께 세계 정상급 반도체 업체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 중국 시스템반도체업체의 성장비결

스프레드트럼이나 SMIC 등 중국 시스템반도체 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반도체 최대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시장을 안방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반도체시장 규모는 1415억 달러에 이른다. 중국시장 비중은 3155억 달러인 전체 반도체 시장의 44.8%나 된다.

가트너는 이 비중이 올해 46.8%를 기록한 뒤 2016년 거의 절반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반도체분야에 대한 중국정부의 전폭적 투자도 원동력으로 지목된다.

중국 공업정보화부(MIT)는 지난 10월 반도체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1200억 위안(약 21조2천억 원)에 이르는 국부펀드를 마련했다. 차이나모바일 등 주요 대기업이 펀드조성에 참여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중국정부가 향후 5~10년 안에 최대 1조 위안(약 176조72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마련해 반도체 전문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약진하는 중국 반도체산업’ 보고서에서 “중국의 반도체 정책은 한국과 미국, 일본 중심의 세계 반도체업계 판도에 큰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라며 “메모리반도체 산업에 진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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