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환 LG전자 MC사업본부 부사장이 스마트폰에서 고객들의 신뢰를 되찾는 작업에 첫 발을 내디뎠다.
잃기는 쉬워도 회복이 어려운 것이 신뢰다. 황 본부장도 이를 알기에 ‘기본’에 충실하는 데에서 출발하고 있다.
LG전자는 20일 ‘소프트웨어센터 업그레이드센터’를 열어 기존 스마트폰 소비자들이 쉽고 편리하게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지난해 선보인 프리미엄 스마트폰 ‘V30’와 ‘G6’외에 ‘V20’과 ‘G5’도 최신 운영체제인 오레오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LG페이나 카메라 편의기능 등 소프트웨어 성능도 좋아진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외에 중저가 제품에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지원해 더욱 많은 사용자들이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황 본부장이 올해 초 가전전시회에서 LG전자 스마트폰 사용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를 위한 첫 발을 내딛은 셈이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고객들이 쓴소리를 했을 때 뼈아프게 받아들일 것”이라며 “모든 구성원들이 계속해서 고객을 대하는 태도 등을 개선하고 고객이 불편함 없이 안심하고 오래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을 제공하다보면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본부장이 유독 신뢰를 강조한 것은 LG전자가 스마트폰 사후서비스와 관련해 소비자들로부터 원성을 들어왔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지난해 G5와 V20에 새 운영체제 업데이트를 지원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인터넷 공간에서 ‘헬지폰(엘지와 지옥의 합성어로 엘지 스마트폰이 최악이라는 뜻)에 뒤통수 맞았다’는 비난을 들었을 정도다.
황 본부장은 1987년 금성사로 입사해 스마트폰 개발, TV용 운영체제 개발, 올레드TV 사업개발 등을 두루 거친 정통 ‘LG맨’으로 꼽힌다. 기술 전문가답게 제품 개발에서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철저함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LG전자에서 30년 가까이 제품개발에 몸담아온 만큼 고객들이 유독 LG전자 스마트폰 브랜드에 믿음을 보이지 않는 현실을 그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치열한 개발 과정을 거쳐 세상에 겨우 내놓은 제품이 사후관리에 미흡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 것은 안타까운 일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황 본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아이가 뱃속에 있으면 부모가 편하지만 낳고 나서가 더욱 골치 아프다”라며 “제품을 출시하고 나서도 지속적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든 방면에서 돌봄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황 본부장은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 위해 제품 품질 관리부터 고객의 사소한 요구를 놓치지 않는 등 ‘기본’에 충실하겠다고 거듭 강조한다. 그래야 남들에게 내보일 만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안타까운 것은 우리 스마트폰을 남들에게 자랑하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너는 LG스마트폰을 쓰는구나 하면 부러움을 얻을 수 있어야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신뢰 회복을 내세운 것을 두고 일부 누리꾼들은 ‘이미 늦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황 본부장도 단기간에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짐작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라도’ 회복하지 않으면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황 본부장은 “고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문제를 해결하고 당장 해결하지 못해도 이 마음을 품고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지속적으로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우리 스마트폰을 자랑스럽게 쓰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의 스마트폰을 자신있게 권할 수 있는 날을 황 본부장은 정말 보고 싶을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