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은 20일 입장자료를 내고 “고객에 불편과 심려를 끼쳐 사과한다”며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은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데 실망을 안겨 송구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서 회장은 베테랑이다. 1987년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화학에 입사한 뒤 지금까지 화장품사업을 놓고 한 우물만 팠다.
과거 아모레퍼시픽이 비슷한 일을 겪기도 했다. 2016년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모레퍼시픽 치약 11종에서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화학물질이 검출됐다며 긴급히 회수에 들어갔다.
아모레퍼시픽은 곧바로 심상배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냈지만 서 회장은 그 뒤 소비자들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이번에 여러 기업 가운데 아모레퍼시픽이 가장 먼저 공식사과문을 내고 재빠른 대응에 나선 이유도 과거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서 회장이 최근 아모레퍼시픽 사옥을 옮기고 주요 계열사 대표를 교체하는 등 절치부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졌다.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브랜드들이 최근 미국과 호주, 중동 등 그동안 국내 화장품업계가 진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던 불모지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서 회장이 미국과 유럽 등 예전부터 진출하기 희망했던 국가에 진출하는 데 공을 들이면서 국내 소비자는 소홀히 한다는 차가운 시선을 받을 수도 있다.
서 회장이 그동안 쌓은 위기관리능력을 그 어느 때보다 발휘해야 할 시기인 셈이다.
서 회장은 국내 화장품업계에서 성공신화의 주인공으로 꼽힌다.
1997년 35세의 젊은 나이에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 대표에 올랐다. 그 뒤 ‘문어발식’ 경영을 버리고 화장품사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하면서 20년 동안 매출은 10배, 영업이익은 20배로 키워냈다.
서 회장은 화장품회사 회장답게 상품이 출시되기 전에 신제품 대부분을 직접 써보기도 한다. 스스로 “마스카라만 빼놓고 다 써 봤다”며 “사용 후 제품에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소비재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로서는 피할 수 없는 고민이기도 하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