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9일 서울 남대문 상의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남북관계 전망 컨퍼런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
북한 경제에 조금씩 시장경제 요소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열린 시각으로 북한을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9일 서울 남대문 상의회관 국제회의장에서
박용만 회장을 비롯해 300여 명의 기업인이 참석한 가운데 ‘남북관계 전망 컨퍼런스’를 열었다.
김희영 국방TV 앵커가 사회를 맡고 김병연 서울대학교 교수, 김영희 KDB산업은행 북한경제팀장,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학교 교수, 이정철 숭실대학교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토론자들은 북한 경제의 시장화와 대북제재 효과에 공감하고 열린 시선으로 북한을 이해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김영희 산업은행 북한경제팀장은 “북한 경제는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뒤 시장경제 요소가 늘고 있다”며 “북한이 법 개정 등을 통해 중앙정부 통제가 아닌 기업 스스로 활동할 수 있는 자율성을 부여하고 정부뿐 아니라 신흥 부유층도 북한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란코프 교수는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은 대규모 주택건설 등 부동산 투자가 활발해졌다”며 “과거에는 체제 선전을 목적으로 국가투자 중심의 개발을 했다면 지금은 개인자본이 투입된 아파트 건설, 쇼핑센터 설립 등이 투자의 주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제재 동참과 북한 경제의 시장화로 대북 제재의 효과가 실질적으로 발휘되고 있다”며 “제재가 지속되면 하반기부터 북한 주민생활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 가계는 수입의 30% 이상을 시장 역할의 장마당을 통해 벌어들이고 있다”며 “충전식 선불카드 수준이지만 신용카드도 통용되는 등 시장경제적 요소가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 정보가 중요하다”며 “정보 자체가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확대, 재생산돼 사실처럼 인식되는 부분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북한을 과거의 연장선상에서 판단하고 감정적 차원에서 이야기하는 사례가 많다”며 “북한의 변화나 실체를 열린 시각으로 바라보고 제대로 이해해야 올바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론자들은 남북관계의 변화 가능성을 놓고는 다소 온도차를 보였다.
이정철 교수는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의 판 자체가 바뀌고 있다”며 “북한의 적극적 자세와 남북 사이의 신뢰쌓기 등을 볼 때 전례없는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 안착에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아직 남북이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며 “북한과 관계는 변수와 불확실성이 여전히 많은 만큼 제약 요인들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접근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