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과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2011년 4월1일 오후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현대건설 사장단 및 임원진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현대건설을 모태로 범 현대그룹을 일궜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1970년 현대건설에 입사하면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정몽구 회장에게 현대건설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정주영 회장의 적통을 이어받았다는 상징과도 같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2011년 현대건설을 다시 품기 위해 현대그룹과 치열한 인수전을 벌이기도 했다.
정몽구 회장은 2011년 4월1일 서울시 계동 현대빌딩 15층에 위치한 집무실에 출근해 현대건설을 인수한 뒤 처음으로 집무를 봤다.
정주영 명예회장이 생전에 사용하던 집무실이었다.
정 회장은 현대건설에서 첫 집무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현대(現代)’라고 적힌 머릿돌 앞에 서서 한 동안 계동사옥을 바라봤다.
이른바 ‘왕자의 난’으로 현대그룹과 갈라선 현대차그룹이 2001년 4월 서울시 양재동으로 사옥을 옮긴지 꼭 10년 만에 현대건설을 되찾은 만큼 정 회장이 느꼈을 감회는 가늠하기 어렵다.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은 2011년 현대건설 인수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김 부회장은 당시 현대차그룹의 기획전략부문을 총괄하면서 매일 회의를 주재하고 현대건설 인수 전략을 짰다.
김 부회장은 현대건설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정몽구 회장의 최측근으로 급부상했다. 김 부회장은 2009년 연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현대차 부회장에 승진한 뒤부터 8년째 현대차 부회장으로 장수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의 다른 부회장과 달리 책사형 부회장이라는 점에서 김 부회장을 대체할 인물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정 회장은 2011년 현대건설을 인수한 뒤 계동 사옥 15층 집무실을 거의 찾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자리를 상징처럼 남겨놓고 양재동사옥 집무실에서 ‘
정몽구의 현대차그룹’을 일궈냈다.
정 회장은 김 부회장과 함께 2012년 3월부터 현대건설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았다. 현대건설을 향한 정 회장의 애정을 이렇게 표현했던 것이다.
정 회장과 김 부회장이 6년 만에 현대건설 기타비상무이사에서 물러난다고 13일 현대건설은 밝혔다.
현대건설은 29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1월 부임한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과 함께 이원우 현대건설 플랜트사업본부장 부사장, 윤여성 현대건설 재경본부장 전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 등을 올린다.
정 회장과 김 현대차 부회장이 맡았던 현대건설 기타비상무이사 임기가 3월21일에 끝나면서 사실상 두 사람의 후임으로 현대건설 임원인 이 부사장과 윤 전무가 현대건설 사내이사에 새로이 내정됐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정 회장과 김 부회장의 기타비상무이사 임기가 끝나면서 현대건설 임원을 새로이 사내이사로 내정한 것”이라며 “현대건설의 자율경영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이 현대건설에 이어 다른 계열사 등기이사 자리도 물려줄지 주목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경영보폭을 부쩍 넓히면서 승계가 머지 않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 회장은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파워텍에서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 회장의 현대차 대표이사 임기는 2020년 3월까지이며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와 현대파워텍 사내이사 임기는 2019년 3월에 끝난다.
그렇게 한 시대가 또 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