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인수한 미국 전장부품업체 하만이 전 세계 완성차기업과 협력을 확대하며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전장부품사업 후발주자로 고객사 기반을 빠르게 넓히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꼽혔던 삼성전자의 본격적 시장 진출에 강력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 하만이 삼성전자와 공동개발해 선보인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
12일 외신을 종합하면 하만과 삼성전자이 전장부품 기술에서 협력한 성과가 공개되며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만은 스위스에서 8일부터 열린 제네바모터쇼에 전시장을 꾸미고 차량용 오디오와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기술과 대형 디스플레이 등으로 구성된 전장부품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하만이 이번에 내놓은 신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삼성전자의 자동차용 카메라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QLED 기반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 신기술이 대거 적용됐다는 점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3월11일 하만 인수를 마무리한 뒤 약 1년 동안 다양한 기술협력을 벌인 성과가 상용화 수준의 제품 형태로 공개된 것이다.
경제전문지 뉴아틀라스는 "하만과 삼성전자가 차세대 전장부품 분야에서 시너지를 증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두 회사의 노하우가 합쳐져 독창적 제품이 탄생했다"고 평가했다.
하만은 세계 차량용 스피커 1위 업체로 이미 수많은 완성차업체에 전장부품을 공급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번 제네바모터쇼에서 독일 아우디와 폴크스바겐, 미국 포드 등 완성차기업이 하만의 새 음향 솔루션과 인공지능 기술 등을 적용한 신차 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프랑스 푸조시트로엥그룹(PSA)은 하만과 향후 2년 동안 자율주행차용 보안시스템 개발에 협력하는 계획도 내놓았다.
삼성전자와 하만이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와 자율주행기술 개발에 협력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의 기술이 이른 시일 안에 다수의 글로벌 완성차에 적용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로 신규 업체의 진입이 까다로운 글로벌 전장부품시장에서 하만의 기존 고객사 기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삼성전자가 하만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자동차기업들과 협력 또는 부품 공급을 추진했다면 이른 시일 안에 성과를 내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높다.
▲ 삼성전자의 QLED 기술을 활용한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
하지만 지금과 같이 하만이 기존 고객사를 통해 전장부품 공급과 협력기반 확대에 앞장서고 있어 삼성전자는 전장사업 진출을 앞당기는 데 하만 인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동차용 반도체와 자율주행 카메라 및 센서, 5G 기반 자동차 통신시스템 등 전장부품분야에서 경쟁력있는 기술을 대거 확보해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하만이 이런 상황에서 고객사와 협력사 기반을 갈수록 확대하며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점은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시장 진출을 노릴 때 중요한 추진동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하만 인수에 약 9조 원의 거액을 들인 만큼의 성과를 확인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장부품은 사업 특성상 고객사 주문에 맞춰 일정이 정해지기 때문에 실제로 상용화돼 실적에 기여할 시기는 예측하기 어렵다"며 "하만과 연구개발 협력을 지속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