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사태로 한동안 묻혀있던 한 인물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전문가이자 로비스트로 활동했던 김재록 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이다.
김 회장은 산업은행이 GM 본사 경영에 참여하는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김 회장이 그리는 큰 그림이 실현된다면 그의 활동폭도 자연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GM 군산 공장 폐쇄 특별대책 토론회에서 한국GM 사태 해결을 위한 그랜드 패키지 딜을 제안했다.
산업은행과 민간자본이 참여한 사모펀드가 GM 본사의 지분을 취득해 2대주주에 올라 경영권을 행사하면서 한국GM에서 군산GM을 인적분할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중심의 회사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김 회장은 정부와 산업은행이 미국 GM 회생 때 미국 정부와 GM, 그리고 노조가 실행한 처리 방식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산업은행은 경영에 대한 전략적 파트너 지위를 얻고 전략적 협의를 시급히 진행해 상호 윈윈하는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2월에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토론회에서 산업은행이 중심이 된 3조5천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GM 지분 5%를 취득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GM은 한국 정부에 1조 원이 넘는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직접 지원하기보다 펀드를 통해 본사에 투자하면 의사결정권을 확보해 글로벌 생산전략에 참여할 수 있고 배당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오래전부터 자동차업계 구조조정에 깊이 관여했던 인물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 전략기획특보로 활동했고 기아경제연구소 홍보기획이사, 기아차 경영혁신단 전략기획이사 등을 맡아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를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미국계 컨설팅회사 아더앤더슨 한국지사장을 맡으면서 대우자동차와 쌍용자동차 구조조정에 참여했다.
아더앤더슨은 2000년 대우자동차 자산실사 후 인원 6850명 감축과 생산량 30% 축소를 뼈대로 한 보고서를 냈다. 2001년 쌍용자동차 구조조정 컨설팅 때는 5년 동안 독자생존이 가능하다는 보고서를 냈으나 쌍용차는 2004년 상하이차에 인수됐다.
김 회장은 2002년 미국 아더앤더슨이 문을 닫자 인베스투스글로벌을 설립했다. 2002~2003년 현대기아차에 미래사업과 수직계열화 등 경영전략을 자문했다. 2003년 대우상용차 매각주관사를 맡기도 했다.
김 회장은 구조조정과 인수합병업계 마당발로 활약하다가 2006년 로비 혐의로 구속수감되기도 했다. 1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으나 2심에서 다시 법정구속됐으며 2008년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