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2018-03-08 15:4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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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회장이 벼랑 끝에 섰다.
채권단의 해외 매각 방침에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는 노조를 어떻게든 설득해 3월 말까지 자구안을 마련해야 한다.
자구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금호타이어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 김종호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회장.
8일 금호타이어 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채권단의 해외 매각 방침을 반대하기 위해 9일 부분파업에 이어 15일 총파업하기로 했다. 노조 간부 2명은 2일부터 광주 광산구 영광통사거리 송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노조는 채권단의 해외 매각 방침을 반대하면서 김종호 회장의 퇴진도 요구했다.
김 회장이 6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회사가 처한 상황에서 해외자본 투자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가 7일 입장자료를 내고 해외 매각 찬성의견을 공식화하면서 노조의 반발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김 회장에게 실망감을 보인다.
노조에 따르면 김 회장은 2017년 10월 노조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해외 매각을 반대한다고 밝혔다가 이제 와서 태도를 바꿨다. 노조는 두 달치 월급을 받지 못하고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쌓여있던 불만을 김 회장에게 푸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김 회장과 노조는 이전에도 회사의 어려움을 함께 겪으며 미운 정이나마 들었을 터인데 채권단의 뜻만 따르는 김 회장이 노조 처지에서는 야속했을 수도 있다.
김 회장은 2009년 5월부터 2012년 3월까지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사장을 맡으며 워크아웃 시절을 겪었다. 당시 워크아웃을 위한 자구안을 놓고 노조와 장기간 협상을 하면서 갈등도 겪었지만 결국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워크아웃 졸업의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회장이 2017년 10월 금호타이어에 다시 돌아왔을 때 금호타이어 안팎에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김 회장이 워크아웃 시절을 경험하면서 누구보다 금호타이어를 잘 아는 인물이기 때문에 경영 정상화를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 반면 체질개선이 절실하게 필요한 금호타이어에 연이 닿은 인물로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기 어려울 것이란 말도 나왔다.
김 회장은 금호타이어 복귀 초반에 금호아시아나그룹 색깔 지우기에 집중하며 금호타이어를 수습했다.
금호타이어는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본관 건물에 입주해있는데 금호타이어 직원들과 금호아시아나그룹 직원들이 마주치지 않도록 출근시간을 30분 미뤘고 사무실 이사도 검토했다.
김 회장이 금호타이어로 복귀한 뒤 2017년 연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부장급 이상 임직원들을 중심으로 물갈이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 소속이던 금호타이어 출신 직원 가운데 일부는 금호타이어로 돌아왔고 반대로 금호타이어 소속 직원 가운데 일부는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로 떠났다.
김 회장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워크아웃 문제로 반목하면서 2012년 금호타이어 고문으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타이어는 이제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떨어져 나왔고 김 회장도 박 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나 금호타이어 경영 정상화를 통한 재도약을 노릴 수도 있다.
김 회장이 3월 말까지 노조와 자구안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채권단은 금호타이어를 놓고 부도 처리하거나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금호타이어가 청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회장은 노조와 자구안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절박하게 매달릴 수밖에 없다.
김 회장은 워크아웃 시절의 절박함을 다시금 보여줄 수 있을까.
2010년 3월25일 외부 컨설팅회사가 주최한 금호타이어 경영설명회에 예고도 없이 참석했다고 한다. 자구안을 놓고 노조와 한창 협상을 벌이던 때였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회사의 상황을 ‘냄비 속 개구리’로 비유하며 “냄비 속에서 죽지는 말자”며 직원들의 협조를 호소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