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일부를 블록딜로 매각하면서 셀트리온 투자심리가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시장의 우려가 확산되자 진화에 힘쓰고 있는데 테마섹의 ‘본심’은 6개월 이후에 추가로 지분을 매각할지 여부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테마섹은 6일 장마감 이후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일부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로 방식으로 매각하면서 보호예수(락업) 기간을 180일로 설정했다.
180일 이후에 추가 지분 매각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테마섹은 6일 장 마감 이후 보유하고 있는 셀트리온 주식 224만주(1.79%)와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 290만주(2.10%)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국내외 기관투자가들한테 매각했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골드만삭스가 블록딜을 주관했으며 할인율은 9%로 적용됐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6일 종가 37만 원과 11만9400원에서 9%씩 할인돼 거래가 이뤄졌고 셀트리온 주식은 7542억 원,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 3151억 원 등 총 1조693억 원어치 주식이 기관투자자들에게 팔렸다.
테마섹은 이번 블록딜을 통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율이 각각 12.44%, 10.40%로 줄었다.
테마섹의 일부 지분 매각 소식이 알려지자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 셀트리온계열사 주가는 8일 일제히 급락했다. 테마섹 움직임이 투자자들의 심리를 크게 흔든 것이다.
테마섹은 서정진 회장이 지금의 ‘셀트리온 신화’를 이루는 데 결정적 도움을 준 초기 투자자이자 견고한 관계를 구축한 파트너다.
서 회장은 대우자동차가 망하자 동료들과 함께 2000년 셀트리온홀딩스의 전신인 ‘넥솔’을 세웠고 2002년 셀트리온을 세우며 바이오산업에 뛰어들었다.
서 회장은 사업초기부터 심각한 자금난을 겪었다. 국내에서 바이오시밀러라는 개념이 생소했고 서 회장은 명문대 출신, 바이오전공자도 아니라 학벌과 인맥이 중요한 국내 투자업계에서 외면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2008년 금융위기까지 닥치자 자금난은 악화됐다. 서 회장은 “사채까지 끌어다 써야 했을 정도로 힘든 버티기가 계속됐고 하루하루 살기 위해 몸부림쳐야 했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해외로 눈을 돌렸는데 테마섹이 ‘투자자’이자 ‘구원자’로서 나섰다. 테마섹은 셀트리온에 2010년과 2013년에 총 3574억 원을 투자했다.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가운데)이 참석한 가운데 2017년 7월28일 한국거래소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 코스닥 신규상장 기념식이 열렸다. |
테마섹은 서 회장이 바이오시밀러 판매대행사업을 셀트리온헬스케어로 별도 분리할 때도 투자자로 나섰다.
테마섹은 셀트리온 투자로 막대한 평가차익을 거뒀다.
이미 원금의 2배가 넘는 1조 원이 넘는 투자금을 회수했다. 테마섹이 보유한 셀트리온 잔여지분의 가치는 5조 원, 셀트리온헬스케어는 1조4천억 원에 이른다.
테마섹의 이번 지분 일부 매각을 놓고 셀트리온 주가가 너무 높다고 판단해 투자금 회수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나아가 테마섹이 셀트리온의 고성장 지속 여부에 어느 정도 판단을 내린 것이라는 관측도 일부에서 나온다.
테마섹의 본심은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는 180일 이후에 추가 지분 매각에 나설지 여부로 판단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테마섹의 이번 일부 지분 매각으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투자심리가 악화하자 셀트리온 측은 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셀트리온은 7일 회사 홈페이지에 테마섹의 지분 일부 매각이 펀드의 포트폴리오 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명하는 글을 올렸다.
셀트리온은 “테마섹 측에 확인한 결과, 테마섹은 운영펀드 내 리밸런싱을 위한 목적으로 지분 일부를 매각한 것”이라며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장기 투자자로서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테마섹이 보유한 셀트리온 잔여 지분매각 부담(오버행) 이슈에 주주들은 우려할 것으로 보여 알려드리는 것”이라며 불필요한 오해나 확대 해석은 자제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