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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택의 넥스트엔터, 영화 투자배급의 생존모델 만든다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4-12-12 10:2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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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택의 넥스트엔터, 영화 투자배급의 생존모델 만든다  
▲ 김우택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대표이사

김우택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 대표이사는 한국 영화계에서 주목받는 인물로 꼽힌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는 지난해 두 개의 1천만 관객 영화를 내놓으면서 순식간에 국내 영화 투자배급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국내 양대 영화배급사인 CJE&M과 롯데엔터테인먼트는 그룹의 멀티플렉스 체인 계열사인 CJCGV와 롯데시네마를 통해 독점체제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는 이런 지원을 받지 않은 채 CJE&M,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미디어플렉스 등 영화 투자배급업계의 3강에 도전하고 있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는 이런 능력을 인정받아 최근 중국에서 500억 원이 넘는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오는 23일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를 코스닥에 상장한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는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12일 공모가로 1만6300원을 확정했다. 전체 공모금액은 338억 원이다.

김 대표는 “코스닥에 상장해 한국영화에 대한 투자재원을 마련하겠다”며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를 글로벌 종합미디어 유통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 작지한 강한 배급사 꿈꾸는 김우택

김우택 대표는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를 ‘규모는 작지만 기민하고 강한 미디어 회사’로 정의했다. 현재 직원은 38명에 불과하다. 김 대표는 규모를 키우는 대신 내실을 쌓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는 대기업보다 의사결정이 빠르고 조직운영이 유연하다”며 “영화 투자배급에는 창의성과 신속성이 필요한 만큼 중소기업의 장점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를 운영하면서 연간 사업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1년에 배급할 수 있는 영화가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좋은 시나리오를 그때그때 고르는 방식을 사용한다. 중요한 것은 전체 배급영화 수가 아니라 1편 당 수익률이라는 관점이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는 지난해 1천만 관객을 넘긴 영화 2편을 제작했다. 그러나 제작비를 과다하게 투입하지 않았다. ‘7번방의 선물’의 경우 총 제작비 58억 원을 투입해 극장 매출 914억 원을 올렸다. 이밖에도 ‘숨바꼭질’ 등 예산이 덜 들어간 영화들을 잇따라 흥행시켰다.

김 대표는 지난해 CJE&M이 투자배급한 대작 ‘설국열차’에 400억 원을 투자하라는 제안을 받았으나 거절했다. 그는 “설국열차에 그만큼 돈을 투자하면 3년 동안 일을 쉬어야 한다”며 “20억 원 규모의 영화 10개를 만들어 성공하는 것이 우리 회사의 철학”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런 투자방식을 통해 처음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를 설립한 2008년부터 계속 흑자를 기록했다. 넥스트엔터테인먼드월드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1264억 원에 영업이익 191억 원을 기록했다. 2012년보다 매출은 185%, 영업이익은 391% 늘었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는 지난해에 비해 올해 영화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100억 원 이상의 제작비를 들인 ‘해무’는 관객 147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의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18.4%에서 올해 3분기 기준으로 8.4%까지 내려갔다.

그는 이번에 코스닥 상장으로 모은 공모자금을 바탕으로 내년에 분위기 반전을 꾀하려 한다. 일단 주요 배급영화를 기존의 6편에서 9편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내년 하반기 방영을 목표로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준비하는 등 영화 외에 다른 미디어사업도 전개한다.

김 대표는 “영화업계는 실적 기복이 심하고 지난해 워낙 좋아서 올해는 그보다 나쁠 것으로 예상했다”며 “올해는 코스닥 상장 등으로 회사를 재정비하는 한 해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우택의 넥스트엔터, 영화 투자배급의 생존모델 만든다  
▲ 김우택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대표이사가 지난 1월2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5회 올해의 영화상' 시상식에 참석해 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 김우택, 세계시장으로 간다


김 대표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중국과 아시아 및 북미 등의 해외진출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대형 엔터테인먼트기업인 화책미디어와 협력해 중국을 기점으로 해외에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는 지난 10월 화책미디어로부터 535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이는 중국기업의 한국 영화계에 투자한 규모로 역대 최고다. 화책미디어는 이번 투자로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지분 15%를 보유한 2대 주주가 됐다.

화책미디어는 중국 최대규모의 영상콘텐츠 제작사다. 매년 1천 편 이상의 드라마를 제작한다. 중국시장에서 점유율 15%를 차지하고 있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는 2015년 1월 국내 영화 투자배급사 중 처음으로 중국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올해 7월 합의한 ‘대한민국 정부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간 영화 공동제작에 관한 협정’을 따른 첫 사례이기도 하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관계자는 “중국 현지법인을 통해 앞으로 중국시장에 내놓을 영화 등의 콘텐츠 제작과 유통을 화책미디어와 협업한다”며 “장기적으로 중국 외에 다른 아시아와 북미지역까지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는 내년 1월 ‘허삼관’을 개봉한다. 이 영화는 중국소설 ‘허삼관매혈기’를 원작으로 삼는다. 배우 하정우가 주연을 맡은 동시에 감독으로 처음 데뷔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김우택 대표는 중국 외에 다른 시장에서도 계속 판로를 개척하려고 한다. 김 대표는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안에 글로벌 전문영업부서를 구성했다. 칸 영화제를 비롯해 유럽과 미국 필름마켓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아시아부터 북미에 이르기까지 각 국가별 문화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세일즈 전략을 펼치려 한다”며 “해외 판권과 리메이크 권리 수출 및 합작 프로젝트 등 글로벌 사업을 진행하는 데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 인수합병 전문가에서 변신한 김우택

김우택 대표는 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이다. 그는 대형 투자배급사 쇼박스와 멀티플렉스 체인인 메가박스의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여러 영화를 흥행시키면서 충무로의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리기도 했다.

김 대표는 삼성물산에 다니다 1996년 오리온그룹으로 자리를 옮길 때까지만 해도 인수합병 기획 전문가였다. 그러나 1998년 오리온이 대우그룹의 영화관사업을 인수하면서 영화업계에 뛰어들었다.

김 대표는 2003년 39세에 오리온그룹 산하 영화 투자배급사인 쇼박스미디어플렉스 사장이 됐다. 그는 ‘가문의 영광’ 시리즈를 시작으로 ‘웰컴 투 동막골’, ‘괴물’, ‘디워’까지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그뒤 쇼박스 계열사였던 메가박스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대표는 2007년 오리온그룹이 메가박스를 사모펀드에 매각한 뒤에도 사장을 맡았다가 2008년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를 설립했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는 2010년 ‘헬로우 고스트’가 흥행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는 지난해 관객 1천만 명 이상의 영화 두 편을 내놓으면서 국내 3대 영화 투자배급사들을 따라잡기 시작했다.

2013년 1월 개봉한 ‘7번 방의 선물’은 순제작비가 35억 원에 불과했으나 관객 1281만 명을 동원했다. 그해 12월 개봉한 ‘변호인’도 제작비가 75억 원 수준이었으나 1136만 명이 영화를 관람하면서 흥행했다.

영화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는 직원들과 자유롭게 토론하면서 좋은 시나리오를 골라 투자하는 쪽으로 알려졌다”며 “극장과 연계하지 않고도 영화를 흥행시킨 선례를 쌓았다”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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