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이 새 스마트폰 '갤럭시S9' 시리즈에 새로운 소프트웨어 기능을 대거 선보였지만 해외언론을 중심으로 부정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애플 등 경쟁사 스마트폰에 탑재된 기능과 유사하고 실제 활용성도 높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고 사장이 약속한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혁신을 보여주기까지 삼성전자가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자전문매체 더버지는 28일 "삼성전자 갤럭시S9 시리즈는 이전작인 갤럭시S8과 큰 외관 변화가 없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새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더버지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9에 적용한 디스플레이가 이전보다 더 밝아졌고 카메라 성능에 큰 폭의 발전을 보인 데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하지만 얼굴인식기능을 활용한 증강현실 이모티콘과 자체개발 인공지능 서비스 '빅스비'를 활용한 자동번역, 사물인식 등 갤럭시S9에 새로 적용된 소프트웨어 기술을 놓고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더버지는 "얼굴 사진을 3D 이모티콘으로 만들어주는 새 기능은 애플 아이폰X의 '애니모지'와 비슷하지만 생김새가 왜곡돼 보기 좋지 않다"며 "사용자들에 환영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바라봤다.
애플 아이폰X의 애니모지는 사용자의 표정을 읽어 동물 얼굴 등의 이모티콘으로 만들어주는 기능이다. 삼성전자의 3D 이모티콘은 사용자와 닮은 사람의 얼굴을 만들어준다는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가 아이폰X의 핵심 기능을 따라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고동진 사장이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직접 "우리는 경쟁사와 접근방식이 다르다"고 해명할 정도다.
갤럭시S9 카메라의 빅스비 인공지능 서비스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자동번역과 사물인식 기능이 아직 구글 등 외부업체의 기술을 들여와 적용한 데 불과한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새 스마트폰을 내놓은 뒤 하드웨어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만 소프트웨어를 놓고 부정적 평가가 이어지던 오랜 역사가 갤럭시S9에도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고 사장은 지난해 말 소프트웨어 개발자회의에서 올해 빅스비 음성서비스에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해 이전 버전보다 정확도와 편의성을 높인 '빅스비 2.0'을 선보일 계획도 내놓았다.
하지만 고 사장은 갤럭시S9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속도를 볼 때 빅스비 2.0은 하반기 갤럭시노트9에서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치열하게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갤럭시S9 구매자들이 구글과 애플 등 경쟁사 서비스보다 기능이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삼성전자의 빅스비 음성서비스 기존 버전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 삼성전자 갤럭시S9 시리즈에 탑재된 3D 이모티콘 기능(왼쪽)과 애플 아이폰X '애니모지'. |
고 사장은 스마트폰사업 수장에 오른 뒤부터 그동안 하드웨어에 집중했던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전략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꿔내는 데 힘을 싣겠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9 시리즈에서도 소프트웨어에 눈에 띄는 발전을 보이지 못했다는 평가가 이어지는 만큼 차기 스마트폰에서 혁신 가능성을 증명할 기회를 노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 사장은 "빅스비 인공지능 서비스는 스마트폰에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TV와 가전제품 등을 포함한 생태계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소비자들에 의미있는 혁신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자체의 소프트웨어 발전에 속도를 내는 것도 사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전략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고사양화 경쟁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능 경쟁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갤럭시S9의 차별화 시도가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