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가운데) 2017년 12월16일 중국 베이징현대의 충칭공장을 방문해 생산시설을 둘러본 뒤 나오고 있다. <뉴시스> |
현대자동차가 사드보복을 겪은 뒤 1년 가까이 흘렀지만 중국에서 좀처럼 판매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회사들은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으로 성장한 중국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대규모 투자와 협력관계 강화 등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어 현대자동차는 더욱 어려움에 몰리고 있다.
2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3월 중국에서 사드보복의 기저 효과 덕에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3월부터 사드 보복을 겪으면서 2017년 중국 판매량은 2016년보다 31% 줄어든 78만5천 대에 그쳤다. 2017년 3월에는 2016년 3월과 비교해 중국 판매량이 44%나 줄었다.
◆ ‘사드 이후 1년’ 3월 중국 판매 회복 정도에 주목
현대차가 3월 중국에서 판매가 늘겠지만 판매 회복 정도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현대차는 사드보복을 겪으면서 부족한 SUV 제품군이나 중국 완성차보다 비싼 판매가격 등 경쟁력도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중국 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하는 등 중국 사업조직을 개편하고 중국 전략형 차종을 대거 투입하는 방침을 정하면서 중국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현대차가 중국사업을 살리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쏟은 만큼 3월 중국에서 사드 보복의 기저 효과에 따른 판매 개선세 이상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차가 단기보다 장기적으로 중국 사업을 정상화한다는 기조를 보이면서 눈에 띄는 중국 판매 회복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는 사드보복 이후 현지 전략형 차량을 저렴한 가격에 내놓고 있다. 하지만 현재 중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차량 14종 가운데 단 2종만이 사드보복 이후에 출시된 차량이다.
현대차가 중국에서 사드보복 이전 수준으로 판매량을 회복하려면 앞으로도 1~2년이 더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 역시 올해 중국 판매목표를 보수적으로 잡았다. 사드보복 이전인 2016년에 중국에서 114만 대를 팔았는데 올해 중국에서 이보다 낮은 90만~100만 대를 팔 것으로 예상했다.
◆ 글로벌 완성차의 중국 공세, 현대차는 바라만 봐
중국 자동차시장이 급격한 변화를 겪으면서 현대차가 사드보복으로 타격을 입은 판매를 정상화하는 데 더해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중국은 당장 2019년부터 완성차회사에 일정 비율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신에너지차를 판매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를 시행한다.
이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회사들은 중국 전용 친환경차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폴크스바겐, 닛산 등은 현지회사와 전기차 합자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현대차는 2020년까지 중국에서 판매하는 친환경차를 6종으로 늘리는 계획을 세웠지만 경쟁 완성차회사들에 비하면 중국 친환경차 전략이 빈약한 편이다.
지난해 충칭공장을 가동하면서 중국 생산능력이 판매량을 크게 웃도는 165만 대가 되면서 전기차 합자회사 설립 계획을 염두에도 두지 못하는 상황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회사들은 중국에서 입지를 넓히기 위해 다른 완성차회사들과 협력관계를 확대하고 있는데 현대차는 사드보복으로 경쟁력 부족 문제가 드러나면서 협력관계 상대로서 꺼려질 수 있다.
현대차는 베이징기차와 중국 합자회사 베이징현대를 설립했는데 사드보복을 겪으면서 베이징기차와 부품 납품 문제를 놓고 갈등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 베이징기차는 또 다른 합자회사인 베이징벤츠를 중심에 둔 성장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본력을 갖춘 중국 완성차회사들도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완성차회사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현대차는 예외가 될 수도 있다.
리 수푸 지리자동차 회장이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 다임러AG 지분 9.69%를 사들여 최대주주가 되면서 메르세데스-벤츠가 중국에서 판매가 한층 늘어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