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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동현 SK텔레콤 신임 대표이사 사장 |
SK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SK텔레콤 수장이 교체됐다.
하성민 사장이 2011년부터 4년 동안 이끌어오던 SK텔레콤을 떠나 그룹 최고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로 자리를 옮겼다. 하 사장이 현장에서 그룹으로 이동한 데 대해 2선 후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 사장의 자리는 장동현 SK플래닛 최고운영책임자(COO, 부사장)가 맡는다.
장 부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룹 핵심 계열사인 SK텔레콤을 이끄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 세대교체 통한 위기돌파 노린 듯
이번 인사가 발표되기 전까지 하 사장이 유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뤘다.
3분기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줄어드는 등 최근 실적이 주춤했지만 이는 일시적인 부진일 뿐 수장교체를 단행할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런 업계 예상을 뒤엎고 SK그룹이 대표를 교체하는 파격인사를 실시한 까닭은 조직안정보다 파격적 인사를 통한 위기돌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은 여전히 국내 이동통신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수년 전부터 성장정체라는 고민을 안고 있다.
휴대전화 보급률은 2010년 100%를 돌파했고 지난해 110%에 이르는 등 시장이 과포화상태에 달했다. SK텔레콤은 ‘점유율 50%’ 사수를 위해 경쟁사들과 치열한 가입자 뺏기 경쟁을 벌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은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2011년 50.57%였던 점유율은 2012년 50.28%, 지난해 50.02%로 떨어졌다. 올해 10월 기준 점유율은 2008년 이후 최저치인 50.01%를 기록했다.
특히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되면서 더 이상 과반 점유율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보조금 제한으로 신규 가입자 확보가 어려워진 데다 알뜰폰 가입자들이 늘면서 당장 ‘집토끼’ 단속이 시급해진 상태다.
이동통신 부문의 부진을 만회하려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SK텔레콤은 실내 위치정보 서비스와 헬스케어, 사물인터넷 앱세서리, 스마트 스쿨을 4대 신사업으로 지목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 사장이 그동안 회사를 잘 이끌어왔지만 아직 신사업을 궤도에 올려놓지 못한 상태”라며 “이번 사장 교체는 SK텔레콤에 젊은 피를 수혈해 신성장동력 창출에 속도를 내겠다는 그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하성민 ‘전략적 후퇴’ 노렸나
하 사장이 SK텔레콤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최근 SK텔레콤을 둘러싼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계속 불거진 구설수를 고려한 인사라는 것이다.
단통법 시행 이후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소비자와 정부로부터 통신비 인하와 보조금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이기 때문에 압박의 강도가 다른 두 이동통신사보다 강한 편이다.
SK텔레콤은 업계 최초로 가입비를 전면폐지하고 보조금 혜택을 점진적으로 늘려가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이른바 ‘유령 선불폰’ 사건으로 곤욕을 치렀다.
SK텔레콤은 이용이 정지된 선불폰을 대리점에 보내 다시 충전하는 ‘부활충전’ 수법으로 가입자를 부풀려온 것으로 검찰조사 결과 밝혀졌다. SK텔레콤은 이 과정에서 15만여 명의 가입자 개인정보를 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달 초 헬스케어사업과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의사가 발행한 전자처방전을 약사에 전달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처방전에 담긴 환자 개인정보를 환자 동의없이 본사 서버에 무단으로 전송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하 사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최측근 그룹인 최태원 사단의 핵심으로 불리는 인물”이라며 “이번에 그룹으로 이동한 것은 SK텔레콤과 관련된 잇따른 구설수를 고려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 사장은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윤리경영위원장을 맡는다. 하 사장은 그룹 조직문화를 전반적으로 총괄하는 임무를 맡을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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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윤리경영위원장 |
◆ ‘깜짝 발탁’ 장동현은 누구인가
장동현 신임 사장은 1963년 생으로 올해로 만 51세다. 50대 부사장급 임원이 핵심 계열사 사장에 발탁된 것을 두고 파격이라는 평이 많다.
장 사장은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SK네트웍스 등 주력 계열사 기준으로 역대 최연소 CEO에 해당한다. 황창규(61) KT 회장이나 이상철(66) LG유플러스 회장 등 경쟁사 CEO보다 10살 이상 젊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장 사장이 SK텔레콤에서 재무와 마케팅, 전략, 기획 등 주요 부서를 두루 거친 ‘준비된 CEO’라고 설명한다.
장 사장은 서울대학교에서 산업공학 석사과정을 마친 뒤 1991년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유공에 입사했다. 1999년 SK구조조정 추진본부를 거쳐 2000년 SK텔레콤으로 이동해 재무기획팀장과 경영기획실장, 전략기획부문장, 마케팅부문장 등을 맡았다.
장 사장은 전략기획부문장 시절인 2010년 업계 최초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했고 마케팅부문장을 맡던 2011년 LTE전용 요금제를 선보였다. 국내 이동통신시장의 중심이 음성통화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이동하고 SK텔레콤이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데 장 사장이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 사장은 지난해 말 SK플래닛으로 자리를 옮겨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다. 인터넷쇼핑몰 ‘11번가’를 해외로 진출시키고 최근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새로운 상거래 브랜드 ‘시럽’을 성공적으로 론칭하는 등 1년 동안 많은 성과를 냈다.
SK텔레콤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이동통신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플랫폼 기반의 새로운 성장을 이끌어 나가는데 주력할 예정”이라며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 장 사장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장동현의 과제, 플랫폼사업 강화
장 사장은 레드오션이 된 이동통신사업에서 SK텔레콤의 위상을 유지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전임인 하성민 사장이 헬스케어 등 4개 신사업을 제시했지만 이를 단기간 내에 본궤도에 올리는 것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장 사장은 SK플래닛 시절의 경험을 살려 플랫폼사업을 중심으로 신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통법 시행 후 이동통신시장의 경쟁양상이 보조금 경쟁에서 서비스 경쟁으로 바뀌면서 차별적 플랫폼을 보유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번 인사와 함께 단행된 SK텔레콤 조직개편에서도 플랫폼사업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드러났다.
SK텔레콤은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에 있던 사업총괄을 ‘MNO 총괄’과 ‘플랫폼 총괄’로 나눴다. MNO 총괄은 이동통신사업 전반을 책임지는 사업부로 산하에 마케팅과 기업솔루션, 네트워크 부문을 포함해 시너지를 노린다.
신설된 플랫폼총괄은 장 사장이 겸직한다. 장 사장은 플랫폼 사업에서 신성장동력을 모색하기 위해 SK플래닛과 유기적 협력체계를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보통신기술(ICT)과 경제(Economics) 전반이 융합되는 ‘ICT노믹스 시대’를 선도하는 것도 장 사장이 안은 과제다.
SK텔레콤은 사물인터넷(IoT) 등 네트워크 기술을 활용한 신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SK텔레콤이 ICT노믹스 시대의 선도기업이 되려면 글로벌 기업들을 사업 파트너로 확보하는 한편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고객정보 유출과 보조금 대란 등으로 무너진 소비자 신뢰와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도 장 사장이 해결해야할 숙제로 거론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은 그동안 점유율 50% 사수에만 집중한 채 고객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통신비 인하와 서비스 품질을 높여 달라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전략과 마케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