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배터리 원재료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재료인 코발트를 직접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일이 다급해졌다.
코발트 함량을 낮추는 배터리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지만 코발트 품귀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
23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코발트 부족현상이 심해지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코발트의 함량을 낮춘 NCM811(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니켈과 코발트, 망간의 함유 비중이 8:1:1로 기존 NCM622 배터리보다 니켈 함량은 늘리고 코발트 함량은 줄일 수 있다.
이에 발맞춰 지난해 11월 황산니켈 생산업체인 켐코에 10억 원을 투자하면서 니켈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뒀다.
하지만 최근 코발트를 구하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LG화학도 직접 코발트를 확보하기 위해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배터리회사들에 더해 애플과 폴크스바겐 등 완성품 제조회사들까지 코발트를 구하고 있어 품귀현상은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광산업체로부터 직접 5년 동안 매년 수천 톤의 코발트를 구입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스마트폰 배터리에 쓰이는 코발트가 부족해질 상황에 대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폴크스바겐, BMW 등 완성차회사들도 10년 동안 사용할 코발트를 선점하기 위해 광산업체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LG화학은 애플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스마트폰용 소형배터리를 대거 공급하고 있는데 코발트를 직접 조달하지 못하고 애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가격 협상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완성차회사들과의 관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삼성SDI나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회사들도 코발트를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SDI는 코발트를 확보하기 위해 자원재생업체와 협의하고 있으며 SK이노베이션은 7년 동안 황산코발트와 황산니켈 등을 구매할 수 있도록 호주 배터리 원재료 생산업체인 오스트레일리안 마인즈(AM)와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코발트 부족현상이 다른 자원보다 유독 심한 이유는 코발트 채굴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배터리의 경우 약 8g의 코발트가 사용되는데 전기차 배터리는 스마트폰의 약 1천 배가 넘는 코발트가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 세계 코발트 생산량 가운데 약 60%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채굴되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내전이 지속되는 데다 전력 보급률이 7%가량으로 낮고 아동노동 문제도 떠안고 있어 코발트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관계자는 “코발트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양극재 기술 연구나 완성품 회사들에 판매가격을 연동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