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각 당에서 경선도 하지 않은 상태이긴 하지만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정치인들은 상당히 많다. 특히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려 했던 인사들을 중심으로 물밑싸움이 치열하다.
현역 도지사인 남경필 지사는 지난해 말부터 이른바 ‘광역서울도’ 구상으로 경기도를 해외 주요 대도시와 맞먹는 규모의 지방자치도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세우며 도지사 재선을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
광역서울도는 전국을 서울도와 대전도, 대구도, 부산도, 광주도 등 5대 초광역권으로 재편하고 수도권 규제를 없애 도시 경쟁력을 키우자는 구상이다. 남 지사는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에 도전하는 자유한국당 후보의 공통 공약으로 광역서울도 공약을 내걸어야 한다고 주장할 만큼 이 구상을 구체화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남 지사는 광역서울도 계획을 실현할 해법을 찾기 위해 6일 일본 국토교통성과 도쿄도청을 찾은 뒤 “현재 대한민국은 머리인 서울의 잠재력은 하락하고 심장인 경기도만 힘겹게 뛰고 있다”며 “이러다가 수도권 전체가 뇌사에 빠진 것처럼 정체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남 지사는 “수도권 규제 폐지와 광역서울도를 통해 대한민국 경쟁력을 되살려야 한다”며 “광역서울도가 동북아 경제수도로 자리매김하고 편리하고 여유로운 하나의 도시권으로 재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남 지사가 정책선거 프레임을 구축하는 가운데 이재명 성남시장은 남 지사의 행보에 각을 세우는 발언들을 쏟아내며 차기 도지사를 위협할 가장 유력한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남 지사가 1월 중순에 바른정당을 탈당한 뒤 페이스북에 “세상을 어지럽히는 동탁을 토벌할 수 있다면 저는 기꺼이 조조가 되는 길을 택하겠다”고 쓴 것을 두고 이 시장은 “축구경기에서 수시로 유리한 곳을 찾아 골대를 옮기는 건 반칙이다. 이제라도 자유한국당에 골대를 고정하시고 진득하게 도지사 수성전을 치르기 바란다”며 날을 세웠다.
이 시장은 남 지사가 12월 중순 페이스북에 광역서울도 구상과 관련해 “저는 내일 경기도를 포기하겠습니다”라고 쓴 것을 두고 “가도 너무 가셨다. 경기도는 남 지사 맘대로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주권자인 도민에게서 권한을 위임받은 머슴이 포기를 운운하는 것은 농담도 안 될 주권모독”이라고 비판했다.
이 시장이 2016년 말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뒤 이른바 ‘사이다 발언’으로 전국적 인기를 얻었던 장기를 다시 한번 발휘해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각종 여론조사의 가상대결을 살펴보면 이 시장은 남 지사보다 2배 넘는 지지율을 얻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선 후보에 도전했던 인물 말고도 여당과 야당에서 경기도지사 출마를 타진하는 정치인들은 많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광명시장을 8년째 맡고 있는 양기대 시장은 이른바 ‘8년 도지사론’으로 이 시장을 견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3철’ 가운데 유일한 공직자인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경기도지사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박종희 전 의원이 12일 ‘준비된 도지사’를 강조하며 출사표를 처음으로 던졌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을 당내 경선에 영입할 뜻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더불어민주당, 20년 만에 경기도지사 맡나
경기도지사는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서울특별시장보다 권한 등이 적어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국내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지역을 대표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점에서 그 위상이 서울시장과 비슷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기도 인구는 2018년 1월 기준으로 1285만 명으로 서울시보다 300만 명가량 더 많다.
▲ 경기도청.
실제로 여태껏 경기도지사를 했던 인물들이 모두 대권주자로 거론됐던 만큼 정치인들에게 상당히 중요한 자리로 여겨진다.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을 민선으로 뽑기 시작한 뒤 현재까지 경기도지사를 역임한 인물 가운데 이인제 자유한국당 의원과 손학규 전 지사, 김문수 전 지사 등은 모두 대선에 도전했거나 대선 후보급으로 도약했다.
남 지사도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바른정당의 대선 후보로 유승민 의원과 경쟁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도지사에 당선되는 사람이 정치적 입지를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정치인의 개별적 입지와 별개로 더불어민주당이 20년 동안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던 경기도지사를 이번 기회에 되찾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임창열 전 지사가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으로 1998년부터 2002년까지 도지사를 역임한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단 한 번도 경기도지사를 맡지 못했다. 손학규 전 지사는 2002년 자유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 소속으로 경기도지사에 당선됐으며 김문수 전 지사도 한나라당 소속으로 2006년부터 2014년까지 도지사를 맡았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60%대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20년 만에 도지사를 되찾아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보고 당내 경선을 서둘러 추진해 후보를 확정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유 시장은 현재 시장 출마와 관련해 공식적 언급을 삼가고 있다. 선거에 일희일비하는 정치인의 모습보다 시 행정에 집중하는 ‘행정가’의 면모를 부각하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유 시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정체성을 확보하고 도약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뛰다보면 지방선거에 집중할 여유가 없다”며 “선거와 관련해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것은 책임을 완수해야 하는 시장으로서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접근하면 집중해야 할 일들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 시장은 2014년만 하더라도 인천시 부채가 13조2천억 원이었지만 재임 기간에 부채감축에 주력해 모두 3조7천억 원이 넘는 부채를 줄였다는 점을 가장 큰 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 시장이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에게 큰 차이로 밀리는 것으로 조사되는 점은 유 시장에게 큰 부담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홍미영 인천시 부평구청장이 이미 지난해 12월 중순에 출마를 선언한 뒤 뛰고 있다. 박남춘 의원도 12일 인천시당위원장과 최고위원을 모두 사퇴하고 인천시장에 출마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김교흥 국회 사무총장도 인천시장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윤관석 의원도 인천시장 후보로 오르내린다.
인천일보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1월 초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에서 어떤 후보를 내세우더라도 현역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유 시장을 압도적 차이로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