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영 기자 junyoung@businesspost.co.kr2018-02-11 10:06:34
확대축소
공유하기
구글과 아마존이 글로벌 인공지능 플랫폼시장에서 위상을 더욱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자체적으로 인공지능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약점을 안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이 점령하는 인공지능 플랫폼시장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 구글 아마존 인공지능 생태계 우위 뚜렷
1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2018’에 구글과 아마존이 전시공간을 마련하며 존재감이 더욱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과 아마존이 단독으로 전시공간을 마련한 것은 올해가 최초다.
▲ 구글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CES2018'에 참가하면서 모노레일에 '헤이구글'이라는 문구를 홍보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구글과 아마존은 플랫폼 또는 소프트웨어회사로 불리지만 지난해부터 가전제품을 전시하는 CES전시회 곳곳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두 회사의 인공지능 플랫폼 ‘구글어시스턴트’와 ‘알렉사’가 다양한 가전제품에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아마존이 알렉사로 주목을 받았다면 올해는 구글이 반격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구글은 올해 TV, 냉장고, 공기청정기, 스피커, 스마트폰, 노트북 등을 포함한 전자제품과 수도꼭지나 전기콘센트 등 일상용품에 구글어시스턴트를 적용했다. 사용자들이 ‘헤이 구글’이라고 부르면 제품이 스스로 작동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구글은 글로벌 전자회사 레노버, 소니, 뱅앤올룹슨이나 중국 가전회사 TCL, 스카이워스, 샤오미 등 수많은 회사들과 손잡고 ‘구글 생태계’를 확장하는 데 힘쓰고 있다.
아마존 역시 지난해보다 알렉사를 적용한 제품의 종류를 더욱 늘리며 공격적 확장세를 보였다.
냉장고나 TV 등 일반 가전제품 외에 욕실 거울, 스마트글래스, PC에 알렉사가 탑재된 점이 눈길을 끈 것으로 알려졌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마존과 구글은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등을 넘어 조명기기, 가습기, 변기 등 일상 곳곳까지 인공지능 플랫폼을 적용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자체 인공지능 플랫폼과 연동되는 제품의 종류를 더욱 늘려 이를 통해 데이터를 모으려는 전략일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전자 LG전자, 인공지능 플랫폼 독립할 수 있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구글과 아마존의 인공지능 플랫폼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두 회사가 각자 인공지능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아마존과 구글에 대항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이다.
▲ LG전자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CES2018'에서 인공지능 브랜드 'LG씽큐'를 적용한 가전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든 가전제품에 자체 인공지능 플랫폼 ‘빅스비’를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지만 빅스비가 알렉사나 구글어시스턴트보다 후발주자라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에서 빅스비를 적용한 새 스마트폰을 제때 내놓지 못해 빅스비 성능을 높이는 데 뒤처진 것으로 파악된다. 그 사이 아마존과 구글은 사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8’을 미국에 선보이면서 빅스비를 탑재하려고 했지만 영어를 사용하는 빅스비를 개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7월에서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갤럭시 사용자들이 빅스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전자전문매체 안드로이드어쏘리티는 “빅스비는 알렉사나 구글어시스턴트와 비교해 출시가 늦어져 초기에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지 못한 데다 제공하는 기능도 풍부하지 못한 편”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인공지능 브랜드 ‘LG씽큐’로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 시장에서 인공지능을 선도하는 기업 이미지를 내세우는 데 힘쓰고 있다. 하지만 자체 인공지능 플랫폼이 없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LG전자는 스마트폰에 구글어시스턴트를 탑재하고 있으며 가전제품에는 알렉사와 구글어시스턴트를 모두 적용하고 있다.
다양한 인공지능 플랫폼을 탑재해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세워뒀지만 구글과 아마존에 의존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수년 동안 구글의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에 의존해왔는데 인공지능 플랫폼시장에서 두 회사가 비슷한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독자적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구축해 구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꾸준히 시도를 했지만 결국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종속되면서 구글의 간섭을 피하지 못했다.
구글이 삼성전자가 자체 스마트폰에 미리 탑재하는 어플리케이션 종류를 줄이도록 한다거나 특정 종류의 운영체제를 반드시 사용하도록 하는 식이다. 높은 안드로이드 점유율을 바탕으로 삼성전자를 포함한 스마트폰 제조회사들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는 셈이다.
앞으로 아마존과 구글의 인공지능 플랫폼이 전자제품에 일상적으로 탑재된다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아마존과 구글로부터 비슷한 간섭을 받게 될 수도 있다.
노 연구원은 “아마존과 구글은 더욱 많은 글로벌 가전회사들과 협력관계를 맺어 알렉사와 구글어시스턴트를 적용하는 제품을 빠르게 늘리려고 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그들이 지휘하는 인공지능 오케스트라에 연주자로 전락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