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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는 새 법안보다 기존 법안으로 규제하는 편이 효율적"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 2018-02-08 17:2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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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는 새 법안보다 기존 법안으로 규제하는 편이 효율적"
▲ 정세균 국회의장(앞줄 왼쪽 세번째)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린 ‘가상통화 규제의 쟁점과 개선과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내영 국회입법조사처장,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 정 의장,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국회가 가상화폐를 규제하기 위해 새로운 법안을 준비하는 가운데 새로운 법안을 만들기보다 기존 법안을 활용하는 편이 효율적일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ICO(가상화폐공개)를 허용하는 것은 전문가들 사이의 의견이 엇갈렸다.

국회입법조사처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정무위원회 여야 간사를 맡고 있는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한표 자유한국당 의원,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과 함께 ‘가상통화 규제의 쟁점과 개선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환영사에서 “가상통화는 현재 과열된 투기대상으로 비춰지고 있지만 미래 신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가상통화와 관련한 법적 정의나 소비자 보호 및 과세 문제 등 수많은 입법적 과제가 국회의 몫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박선숙 의원은 “가상통화와 관련해 관심은 뜨겁고 걱정은 많다”며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인 만큼 이번에 나온 의견들을 정무위원회 차원에서 입법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학영 의원은 “정무위원회는 소비자 피해에 민감해 규제 쪽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지만 기술 발전을 요구하는 산업계의 목소리도 듣지 않을 수 없다”며 “양쪽의 입장을 잘 살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좋은 정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새로운 입법보다는 기존 법안의 개정을 통해 가상화폐를 규제하는 편이 효율적일 것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암호화폐 규제원칙’를 발표한 김형중 고려대학교 교수는 “암호화폐를 규제하기 위해 국회가 법을 새로 만들려고 하는데 암호화폐는 매일 개념이 바뀌고 새 기술이 나와 개념을 규정하는 것조차 어렵다”며 “새로운 법을 통해 규제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법률을 개정해 암호화폐를 규제하는 방안이 효과적일 것”이라며 “자본시장법이나 전자금융거래법, 전자금융감독규정 등을 손보면 당장의 규제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원종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투자자보호를 위한 입법과제’를 주제로 한 발제발표에서 “가상통화 규제의 입법 방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거래소를 규제하는 일이라고 본다”라며 “이를 위해 새로운 법안을 급하게 마련하는 것보다 문제가 발생하는 부분들을 놓고 현재 법안을 손보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상통화 규제는 관련기술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거래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기본 방향을 일관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일관되고 명확한 메시지를 통해 정책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에 참여한 박선종 숭실대학교 교수도 “가상통화와 관련한 특별법을 만드는 데는 상당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자본시장법을 중심에 놓고 전자금융거래법 등을 활용해 규제하는 방향으로 기존 법률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상통화 취급소(가상화폐 거래소)도 한국거래소의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며 가상통화 취급소를 한국거래소의 ‘가상통화전문 금융투자업자’로 포섭해 규제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국회는 최근 들어 가상화폐와 관련한 새로운 법안을 부지런히 준비하고 있다.

2일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이 ‘가상화폐업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한 데 이어 6일 정병국 바른정당 의원은 ‘암호통화 거래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국내에서 금지하고 있는 ICO(가상화폐공개)를 허용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전문가의 의견이 엇갈렸다.

김형중 교수는 “ICO를 금지한 나라는 중국과 한국뿐인데 중국은 최근 ICO 금지에서 한발 물러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도 ICO 금지에서 허용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ICO를 규제 샌드박스 안에서 실험한 뒤 결과가 좋으면 허용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ICO를 IPO(기업공개)의 절차에 따르도록 하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처럼 우리도 ICO를 자본시장법의 테두리 안에서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선종 교수도 “ICO와 IPO는 부동산시장에서 선분양이냐 후분양이냐 하는 문제와 비슷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IPO 제도가 필요한 부분을 개정하고 적절한 투자자 보호체제를 유지하면서 ICO를 포섭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ICO(Initial Coin Offering)는 사업자가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를 발행하고 이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정부는 지난해 9월 ICO를 전면 금지했다.

반면 원종현 입법조사관은 “IPO와 ICO는 처음에 돈을 모은다는 개념만 같지 실체가 있는 IPO와 사업계획만 있는 ICO는 분명 다르다”며 “아직 블록체인 기술이 안정되지 못한 상황에서 ICO 허용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차현진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은 “ICO는 기본적으로 규제회피에 목적이 있다고 본다”며 “정부가 법적 근거, 발행자, 법화와 교환 등을 보장하지 않는 투자대상의 신뢰성을 따져 책임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일은 논리적·현실적으로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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