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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그룹이 방산과 화학 계열사 4곳을 한화그룹에 매각한 데 대해 직원들이 강력히 반발해 두 그룹이 이번 거래를 최종적으로 매듭짓기까지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직원들의 반발에 대해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은 고용을 보장하고 기존 처우를 보장한다는 점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서로에게 떠넘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에 거래되는 회사들의 임직원 숫자가 무려 1만 명 가량이나 돼 직원들의 반발을 위로금 등으로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 김승연 “삼성이 알아서 잘 해결할 것”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3일 한화그룹 본사에서 삼성그룹 계열사 직원들의 반발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삼성이 알아서 잘 해결할 것으로 본다”고 답변했다.
김 회장은 이날 퇴근길에 기자들의 같은 질문에 “그것은 그 집 사정”이라고 잘라 말했다.
삼성테크윈 등 이번에 거래된 계열사 직원들은 매각철회를 요구하며 노조설립 절차를 밟고 있다.
김 회장은 삼성그룹이 이런 반발을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은 이날 매각 계열사의 반발과 관련한 대책을 놓고 상당한 혼선을 빚는 모습을 보였다.
이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은 3일 수요사장단회의를 마친 뒤 위로금 지급방안을 논의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것을 다 포함해서 종업원들과 얘기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브리핑 직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매각되는 4개사 임직원들과 아직 대화가 시작되지 않은 단계”라며 “현재 임직원과 회사의 대화창구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하고 있으며 비대위가 구성되면 임직원들과 성심성의껏 대화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고쳐 발표했다.
삼성그룹의 다른 관계자는 직원들의 반발과 관련해 “한화그룹이 알아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 매각 계열사 임원 승진인사 실시
삼성그룹은 4일 임원인사에서 삼성테크윈,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의 임원들도 승진인사를 했다. 3곳에서 모두 8명의 임원 승진자가 나왔다.
삼성그룹은 “정기 임원인사는 지난 1년 동안의 성과를 반영하는 것인 만큼 향후 한화그룹에 매각되는 것과 관계가 없다”며 “한화그룹은 이번 인사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강기수 한화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지난 3일 인수 기업의 임원들에 대한 고용승계와 관련해 “최대한 중용해서 쓰겠다”며 “고용은 철저히 보장하는 게 좋다는 게 한화의 기업운영 철학”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그룹이 매각 대상 회사의 임원승진 인사를 실시한 것은 한화그룹에게 상당한 부담을 안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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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
◆ 삼성, 직원 달래기 성공할 수 있을까
삼성그룹이 한화그룹에 매각하기로 한 4개 계열사의 인력은 약 9천 명이다.
삼성테크윈이 5천여 명으로 가장 많다. 해외사업장을 포함하면 6천 명이 넘는다. 삼성탈레스는 구미 1100여 명에 용인·판교사업장까지 전체 1700여 명이고 삼성토탈은 1500여 명이다. 삼성종합화학은 300여 명으로 가장 적다.
삼성테크윈과 삼성토탈은 노조설립 절차를 밟고 있다. 이들은 노조가 있었다면 이런 식의 매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일각에서 위로금 얘기가 나오자 이들은 “위로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매각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삼성그룹이 과거 계열사를 매각했을 때 취한 조치를 놓고 볼 때 삼성그룹이 위로금이나 다른 계열사로 전환배치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11월 삼성코닝정밀 소재 지분 전량을 미국 코닝에 매각하면서 직원들로부터 전환배치 신청을 받았고 잔류를 희망하는 경우 위로금으로 지급했다.
하지만 이번 매각은 당시와 상당히 다르다. 인력이 1만 명에 가까워 위로금을 지급할 경우 그 부담이 만만찮다. 특히 삼성그룹이 인력감축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전환배치를 하기도 쉽지 않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매각 대상 계열사 임직원을 설득하는 데 험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 한화, 고용승계 모델 유지 가능할까
한화그룹은 인수 계열사 직원들에 대한 처우방침을 한화생명 인수 당시에 적용했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의 고위 관계자는“2002년 대한생명을 인수할 당시에도 직원들의 반발이 거셌다”며 “그러나 이후 단체협상에서 정한 성과급여와 복리후생비 지급, 고용승계 원칙을 올해까지 성공적으로 지켜왔고 이를 삼성그룹 4개사 인수 과정에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당시 대한생명 노조에 이익분배(PS) 제도를 제안해 단체협상을 타결했다. 한화생명 직원들은 그해 본봉의 550%를 성과급으로 받았고 그 뒤 지금까지 매년 성과급을 받고 있다.
급여 수준도 인수되기 전 기준을 그대로 적용했다. 한화생명은 현재 직원들에 대한 복리후생 비용이나 경조사비, 단체보험 가입금액 등을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한화그룹도 이번에 인수한 계열사가 4곳에 이르고 인원도 많은 만큼 이런 원칙을 그대로 적용할지 미지수다. 삼성그룹이 한화그룹에 비해 임금이나 처우가 좋은 점을 고려할 때 자칫 한화그룹 내부에서 위화감과 반발이 생겨날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